펀드, 3년은 묵어야 진짜 실력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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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물건을 살 땐 신상품에 먼저 눈이 가게 마련이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중국 본토 펀드에 원자재 펀드, 그리고 녹색 펀드까지. 최근 유망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각종 새내기 펀드가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나온 새내기 펀드는 수익률 면에서도 돋보인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나온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3.4%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22.1%)보다 높다. 연초 이후 수익률(23.6%)을 따지면 평균치(19.7%)를 더 크게 앞선다.

동양종금증권 박용미 애널리스트는 “신생 펀드는 규모가 작은 데다 돈이 거의 빠져나가지 않아 운용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마케팅을 위해 운용사들이 관리에 더 신경 쓰는 것도 새내기 펀드의 성과가 좋은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주식시장의 최신 흐름을 잘 반영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중국 증시가 살아나면서 출시된 중국 본토 펀드나 녹색성장 관련주 열풍이 불자 이달 들어 앞다퉈 내놓은 녹색 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1년차 때 반짝했던 수익률이 2년차 땐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동양종금증권이 5년 이상된 국내 주식형 펀드 21개를 조사한 결과 1년차엔 17개 펀드가 벤치마크(평가기준) 수익률을 웃돌았다. 하지만 2년차에 접어들자 14개 펀드가 1년차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새내기 펀드 3개 중 2개는 첫해엔 잘하다가 2년차 때 성적이 떨어지는 이른바 ‘2년차 징크스’를 겪은 것이다. 이 중 9개 펀드는 아예 벤치마크 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초반에 잘나가는 새내기 펀드에 가입한 경우 장기적으로는 성과가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애널리스트는 “흔히 판매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초기에 신생 펀드를 추천하곤 하지만 계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만한 펀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수익률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지, 일관성 있게 운용되는지, 펀드매니저가 소신있게 투자할 만한 환경이 되는지 등이 선택 기준으로 꼽힌다.

하나하나 다 따져보기 어렵다면 3년간의 성과를 통해 펀드의 운용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설정 뒤 3년 동안의 성과가 벤치마크보다 좋았던 펀드라면 대체로 그 이후에도 좋은 수익률을 이어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근 3년간 누적 수익률에서 가장 앞서는 펀드는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과 저평가된 우량 가치주에 투자하는 ‘신한BNPP Tops Value주식 1C’로 나타났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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