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위기와 기업의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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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에서 기업의 경영.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는 대충 세가지로 집약된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과다차입 축소, 상호 채무보증 관행의 혁파 등이다.

이 세 과업은 지금까지의 기업 경영 관행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는 것으로서 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면 다가오는 전면적 인수.합병의 시대에서 초우량기업으로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번 외환위기의 원인 (遠因) 이 된 과다차입은 하루 빨리 청산할수록 기업은 경쟁력을 되찾는다.

상호 채무보증 관행의 혁파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신속히 정리하고 건강한 기업을 더욱 강건하게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기업 내부적으로는 사업철수와 사기저하 등 진통이 생기고 사회적으로도 성장 감퇴와 대량실업 등 고통이 뒤따른다.

그러나 기업은 이 고통을 피할 수 없고 한국 사회는 이 형극 (荊棘) 의 길을 돌아갈 수 없다.

때문에 기업은 이 과업을 자율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정리해고의 전 산업 적용을 논의할만큼 고통분담의 각오를 넓혀 나가고 있다.

기업도 나름의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정부와 IMF가 교환한 의향서는 기업 구조조정계획을 금년 하반기까지 마련토록 못박고 있다.

더구나 금융.자본시장의 개방은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외국 자본의 한국 진출은 곧 가시화된다.

우리 기업이 경쟁력 향상의 터전을 닦을 시간적 여유는 매우 짧다.

기업의 구조조정에서 한가지 금기 (禁忌) 는 정부 개입이다.

과거 정부 주도의 타율적 조정이 얼마나 큰 후유증을 남겼는가는 가까운 역사가 증명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자구조치를 어렵게 하는 세법 등 각종 제도를 고쳐줘야 한다.

난국 돌파 최후 거점은 기업이며 기업이 우선 생존해야 일자리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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