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도전한다]1.스트리믹스 이혁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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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산업에 국가 에너지를 집중 투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도 80년대말 불황 속에 벤처산업 투자를 강화한 결과 현재의 호황을 맞게 됐다.

고비용 구조를 깨는 물류 개선과 사무실 축소.인건비 절감 등 혁신이 일어나는 현장에는 항상 벤처기업의 노하우가 있다.

고비용 부위가 도려내진 상처 위에 새로운 직종.부가가치의 '새살' 이 돋게 하는 일도 벤처산업의 몫이다.

벤처산업의 심장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인 벤처 기업인들에 대한 현지 취재를 통해 알아본 벤처산업의 가능성과 긴급 현안 등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연말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광고마케팅 사업에 나선 벤처기업 스트리믹스 (Streamix) 의 이혁재 (李赫宰.33.미국명 Bob Lee) 씨는 기술과 창의력 하나로 모험의 바다에 뛰어든 수많은 '서부 사나이'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재작년 5월까지 세계 유수의 보스턴컨설팅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직장인이었다.

李씨는 미국의 명문 브라운대학과 MIT를 나와 학력에서도 부족할 게 없었다.

그는 그러나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더 큰 세계로 가고 싶은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채 모험을 감행했고 이후 1년여 동안 개발작업과 시장조사 등에 몰두했다.

현재 그의 회사에는 명문대 출신의 '서부 총잡이' 들이 포진해 있다.

공동 출자한 하버드대 출신 친구 신갑정 (개발담당) 씨와 세계 유수의 멀티미디어 회사인 오러클을 다니다 합류한 예일대 출신 프로그래머 함진호씨, 미국인 빅토 바비트 (업무담당)가 그들이다.

이들이 노리는 시장은 푸시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마케팅 수요. 예를 들어 만년필 회사 광고의 경우 입학생.졸업생을 가진 가정의 PC인터넷 화면에만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것이다.

상품회사들은 자사 물건을 살만한 연령.지역.계층의 소비자를 정확히 가려내 인터넷을 통해 광고해 주기 때문에 높은 광고 효과를 얻을뿐 아니라 광고비용도 줄일 수 있다.

李씨와 3인의 동업자는 창업 당시 5천달러씩의 투자금과 친지들로부터 모은 50만달러의 시드머니 (종자돈) 로 회사를 세웠다.

현재 이들의 기술은 미국 특허를 따냈으며 3백50만 달러의 창업투자금융도 지원받았다.

현재 몇몇 광고제품의 개발을 실험중인 스트리믹스는 이달말부터 본격적인 광고 띄우기와 광고주 확보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들의 인터넷 광고기술 ( '하이퍼스티셜' )에 관심을 갖는 광고주가 많다고 말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다운로드를 받을 때나 웹페이지를 다른 웹페이지로 넘길 때 생기는 평균 5초의 대기시간에 화면 전체를 채우는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다른 웹페이지로 넘어가면 광고는 자동으로 작은 창 (窓) 으로 줄어든다.

광고나 정보를 자세히 보려면 이 창을 클릭하면 된다.

광고 외에 평소 주문한 증권.스포츠 등 정보도 유머.그림.명언 등과 함께 볼 수 있다.

이용자는 어차피 허비하는 5초간의 웹페이지 전환 시간중 광고.정보를 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李씨는 사업의 위험성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이 사업은 6개월내 크게 성공하거나 빠른 시일에 회사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도 경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면 된다" 고 말했다.

재기하려면 투자자로부터 과거 실패 사례의 원인과 성공 가능성 등을 철저히 점검받은 뒤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투자.관리 능력을 가진 사람을 사장으로 영입한 李씨는 기술 및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이중구·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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