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98한국경제 전망과 대책]성장·투자 ·소비 3저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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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사회 구석구석에 불어닥칠 올해 경제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 틀림없다.

올해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고실업.고세금의 5고 (高)가 경제를 짓누르고, 이로 인해 저성장.저투자.저소비 등 3저 (低)가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업종에 불황이 닥치고 가계의 주름살도 갈수록 깊어질 것이다.

자칫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올해만 넘기면 내년부터는 어느정도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 스스로도 IMF를 벗어나는 기한을 2년으로 잡고 있을 정도다.

민간에선 일단 IMF프로그램에 들어간 만큼 적어도 앞으로 5년간은 고통스런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경제는 지난 80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와 IMF는 지난해 12월 경제성장률 (국내총생산기준) 을 3%이내로 잡았지만 실상은 플러스 성장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정부도 상황이 매우 절박하다는 점을 인정, 내부적으로는 성장률을 1.5%까지 하향 수정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 성장률을 마이너스 1.3%, 대우경제연구소도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1.3%로 예상했다.

금리가 20%를 웃돌고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1천4백원대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플러스 성장은 기대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연초부터 기업 부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우려된다.

남의 돈을 많이 빌려 사업을 벌여온 기업들의 경우 20%이상씩 되는 이자를 물고는 당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예 사채 (私債) 시장에서도 자금을 빌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기업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도 초긴축으로 운용됨으로써 공공부문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자연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급증할 게 확실하다.

지난해 11월 실업자는 57만명이지만 올해는 1백50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루에 3천명씩 실업자가 증가하는 셈이다.

게다가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리해고제가 조기에 도입되면 실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도 임금을 줄이되 사람은 안줄이는 일본식 경영보다 아예 사람을 줄이는 미국식 경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대량 실업에 대비, 무기명장기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용보험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실업발생을 줄이기보다 실업자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판에 세금은 더 오른다.

기름이나 각종 가전제품에 붙는 세금이 오르고 저축이자에 붙는 소득세도 인상된다.

특히 정부가 소득수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직접세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비율로 매기는 간접세를 올림으로써 서민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의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통해 그동안 경제를 좀먹어온 비효율부문을 털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컨대 재정의 낭비구조, 기업의 과다차입 경영과 무분별한 금융관행, 개인의 과시적 소비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도 힘든 사교육비 등을 근절시키지 않으면 경제위기의 불씨는 계속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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