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꽃놀이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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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8보(100∼119)=조남철 9단은 일본에서 공부했지만 바둑용어에 관해선 극구 일본 용어를 피했다. 그가 새로 만든 용어 중 ‘덤’은 성공 케이스. 의미로는 ‘공제’가 맞지만 쓰기 편한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큰 눈사태형’을 ‘큰 밀어붙이기’로 바꾸는 것, 그리고 ‘꽃놀이 패’를 ‘노리개 패’로 바꾸는 것은 실패했다. 아무리 일본이 만든 용어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00으로 때려내며 버티는 척 해봤으나 이 패는 흑의 꽃놀이 패. 팻감도 없고 대마가 걸린 마당이라 103(▲의 곳)으로 따내자 금방 104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구차하지만 106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수. 여기서 백이 크게 당해 형세는 다시 백중으로 변했다. 반 집의 눈금을 세는 피곤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저우루이양 5단이 107로 삭감해 왔을 때 쿵제는 다시 한 번 기로에 선다. 이런 장면에선 누구나 ‘참고도1’ 백1로 붙이고 싶은 유혹이 든다. 흑이 2로 물러서 주기만 하면 5까지 틀어막아 집이 통통하다. 그러나 이런 첨예한 형세에서 상대도 두 손 놓고 당할 리 없다. 만약에 ‘참고도2’ 흑2로 젖혀오면 어떡하나. 체면상 3으로 끊어야 하는데 4로 전면전을 걸어오면 잡을 수 있나. 침착한 쿵제는 중앙을 내주고 멀리 110으로 자중하며 호흡을 길게 잡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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