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반한 책] 이나영 영화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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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이 센지의『에곤 실레-벌거벗은 영혼』(다빈치)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건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 준 강렬한 인상 때문일 것이다. 거칠고 투박한 터치에 뒤틀린 듯 자폐적인 자화상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레의 자화상은 어쩌면 인간 본성과 배치될지도 모른다. 동화 『백설공주』에서 왕비는 요술 거울이 자신보다 백설공주가 더 예쁘다고 하자 격분한다. 우리는 왕비처럼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비칠 때는 물론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비칠 때마저도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레는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면서 정반대를 택했다.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내면 깊숙이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관찰했을 그 천재 작가. 자신에 대해 어찌 보면 야박할 정도로 엄격하고 냉혹한 시선은 그래서 더욱 솔직하고 순수하게 보인다.

배우인 나는 사실 온전히 그 인물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 진정한 연기를 위해서는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알아야만 나를 만들고, 나를 알아야만 커나갈 수 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이나 ‘아는 여자’의 이연 등 나는 늘 내가 맡은 배역을 통해 나를 보고 나를 배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해보이고, 배우 이나영과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참, 이번에 ‘아는 여자’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구부정한 자세를 교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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