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유혹 '금융 피라미드'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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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융불안과 경제난을 틈타 소규모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금융피라미드 조직이 활개치고 있다.

이중 일부 조직은 투자자들에게 해외은행에 계약금과 회비를 내도록 해 외화가 유출되기도 한다.

26일 오후 서울강남구삼성동의 한 건물에서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B투자주식회사' 투자설명회. 회사측은 3백만원만 투자하면 회원이 되고 이후 다른 회원의 투자를 유치하면 3단계까지 투자금의 5%를 배당, 한달에 1천만원까지 이득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이들은 투자자가 우선 3백만원을 내면 2백20만원이 예금된 시중은행의 통장을 주고 나머지 80만원은 윗단계 4명의 소개비 60만원과 운영비 20만원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랫단계의 투자자들로부터 계좌당 80만원을 받아 이를 윗단계의 투자자가 갖게 되며 신규회원이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8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전형적인 피라미드조직인 셈이다.

B회사측은 "현재 전국적으로 1천여명의 회원이 확보됐으며 강남 일대에만 4~5개의 비슷한 회사가 성업중" 이라며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던 이날 부산에서 상경한 박우만 (朴優萬.24.부산시북구구포동) 씨는 "지난 2월 3백만원을 송금했는데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배당을 받지 못했다.

원금을 돌려달라" 며 사무실의 집기를 부수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서초구서초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또 다른 B회사도 비슷한 형태의 금융피라미드조직.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 회사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캐나다.멕시코.러시아 등 외국은행에 1백달러를 송금해 계좌를 만들고 매달 회비 50달러를 입금해야 한다.

그뒤 3명의 회원을 소개할 경우 소개회원 1인당 50달러를 받고 이후 하위 6단계까지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의 5~20%를 계좌에 입금시켜 준다.

이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7단계의 피라미드가 완성될 경우 3만달러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같은 피라미드조직은 그 범위가 확대돼 더 이상 회원을 모집할 수 없는 순간 마지막 단계의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되며 올초 알바니아에서는 대규모 금융피라미드조직의 붕괴로 내전까지 발생하는 등 그 피해가 막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회원모집을 통해 이익을 배당하는 금융피라미드조직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이라고 밝혔으며 실제로 검찰은 지난 3월 수법이 동일한 외국계 피라미드조직을 적발해 사법처리했었다.

한편 B회사측은 "소액의 투자자들이 많은 이득을 얻도록 하는 건전한 사업" 이라고 해명했으며 또 다른 B사측도 "피라미드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7단계로 배당을 한정짓는 등 피라미드와는 다른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국.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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