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도전 '의지의 50대'복서 허명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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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6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국권투위원회 계체량심사장. 군입대 신체검사장처럼 여드름이 가시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늘어선 틈새로 50대 초반의 머리가 희끗한 노복서가 나타나 우람한 (?) 근육질을 자랑하며 체중재기에 여념이 없다.

25세만 돼도 체력의 한계를 느껴 은퇴하는 격렬한 스포츠인 복싱계에 이단자 (?)가 나타난 것. 할아버지 복서로 유명한 조지 포먼 (48) 을 능가하는 기네스북 신기록감이다.

이날 뭇 시선을 한몸에 받은 주인공은 경기도의정부시 성모병원 경비반장으로 일하는 허명주 (52) 씨. 그는 계체량심사를 무사히 통과, 28일부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리는 97프로복싱 신인왕전 출전자격증을 받았다.

“복서들의 불타는 눈빛을 30년동안 잊을 수 없었습니다. ” 복싱에 마음을 빼앗긴지 30년만에 받아본 한국권투위원회의 비표 한장. 주니어밴텀급. 참가번호 4번. 허씨가 복싱에 관심을 가진 것은 21세 되던 해인 67년. 허씨는 50대로 들어섰고 그가 젊은 시절 마음속 이상향으로 그리던 '챔프 김기수' 는 올해 숨졌다.

그러나 이제 허씨는 글러브를 끼고 링에 나선다.

부인 (49).외동딸 (25) 과 함께 의정부의 다세대주택 전세방에 사는 허씨는 지난해 여름 의정부 대한체육관에 찾아가 본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

관장 박용민씨는 “나이를 생각하라” 며 데뷔를 만류했으나 '나이를 잊은' 허씨의 정신력에 결국 감동했다.

신인왕전을 앞두고 부인 또한 반대하기는 마찬가지. 평소 58㎏이던 체중을 한달새 52.1㎏ (주니어밴텀급 한계체중은 52.15㎏) 으로 감량하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안쓰럽다” 며 한사코 반대했다.

지난 8월 프로입문 테스트 때엔 나이를 속이고 출전해 자격증을 땄다.

또 이번 신인왕전엔 “복싱에 나이제한이 어디있느냐” 고 우겨 겨우 출전허가를 받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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