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휘저은 '낭랑 18세'…US오픈 1라운드 무명 린시콤 깜짝 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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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시콤이 17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우스해들리 AP=연합]

파4의 15번 홀. 티샷을 러프에 빠뜨린 키 큰 10대 소녀가 캐디인 아버지와 상의해 아이언을 뽑아들었다. 약 110m를 남기고 친 소녀의 세컨드 샷은 놀랍게도 홀에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감격한 소녀는 아버지를 보고 울기 시작했다. 갤러리에 섞여 있던 어머니를 보자 펑펑 눈물을 흘렸다.

'골프 천재소녀' 미셸 위(14.한국이름 위성미)가 아니다. 브리태니 린시콤(미국.18)이란 무명 선수 얘기다.

린시콤은 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사우스해들리의 오처드골프장(파 71)에서 벌어진 US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310만달러) 1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를 기록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여러 차례 경기가 중단돼 이틀에 걸쳐 치러진 1라운드에서 당당한 선두다.

린시컴은 미국 주니어대표를 거치기도 했으나 최근 미셸 위가 준우승한 퍼블릭링크스에서 컷 탈락하는 등 별로 주목받지 못한 아마추어 선수다. 지역예선을 5위로 통과해 가까스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린시콤의 당초 목표는 컷오프 통과였으나 "이젠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4언더파로 리더보드 둘째 자리에 오른 파트리샤 므니에-르부(프랑스)도 의외의 선수였다. 아기를 출산한 지 불과 4개월, 골프에 필요한 근육이 많이 없어진 상태에서 출전했으나 마지막 4개 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았다. "시간이 절대 부족한 만큼 집중력을 갖고 훈련했고,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1998년 이 대회 우승자인 박세리(27.CJ)는 1언더파 공동 4위로 1라운드에서 순항했다. 나쁜 일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버티며 후반 3언더파로 전반 2오버파의 부진을 만회했다.

박지은(25.나이키골프)과 미셸 위.한희원(26.휠라코리아).김영(24.신세계)도 이븐파 공동 12위로 무난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박지은은 초반 기세가 좋았고 미셸 위는 전반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고전하다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았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이븐파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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