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정부도 적극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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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의 외환위기 탈출을 도와달라는 한국 요로의 요청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적극 협조' 의 뜻은 전해 왔지만 아직 '적극 행동' 은 취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한국 정부의 대 국제통화기금 (IMF) 양해각서 이행 노력을 지켜보면서 국제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신인도가 올라가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의 외환위기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릴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의 국제신용등급도 기채 (起債)가 불가능한 정크본드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을 돕는 데 있어서 제1선은 IMF이고 미국과 일본은 2선이라는 자리 매김은 한국인에게는 한가한 소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정부는 한국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하고 행동을 통해 좀더 실질적인 도움의 길을 찾기 바란다.

오랫동안 한국은 미국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신장과 시장경제 발전의 실험장이었다.

한국은 그 실험의 빛나는 성공 모델이 됐다.

한.미간의 굳건한 동반자적 유대 (紐帶) 는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뒷받침했다.

이제 그 경제적 뒷받침이 한낱 신기루로 사라지면 미국과 한국의 성공담도 사라지고 동북아의 안보정세도 다시 동요하게 될지 모른다.

미 국무부의 로스 차관보는 휴전선의 평온을 설명하면서 '남북한의 경제난이 평화를 위한 유인 (誘因) 이 된 것 같다' 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런 설명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도 즉시 현실 파악과 적응에 나섰다.

미국이 요구하는 '고통스런 경제개혁' 을 단행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월스트리트에만 맡겨두지 말고 한국을 돕는 주도적 역할을 즉각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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