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방, 명사를 만나다’ 다섯 번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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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박사처럼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이민섭(左)·김민준군.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ang.co.kr

A자형 인재? 한가지를 파다보면 전문성 절로 쌓여

‘직업 탐방, 명사를 만나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의사를 거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벤처 기업인·작가 그리고 이제 교수로 변신한 안철수 박사. 김민준·이민섭(보성고·3)군이 봄 꽃이 만발한 카이스트를 찾아가 만나봤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 “가까운 미래에는 평균수명이 길어져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멀티플레이에 능한 사람이 경쟁력 있는 인재라는 것. 안 박사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의 모범답안인 셈이다. 안 박사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다는이군은 “관심사가 너무 많으면 전문성이 떨어지진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 박사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쓴‘토마스 프리드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프리드먼은 뉴욕타임즈 기자였어요. 서양근대사의 시발점인 중동에서 특파원을 했던그는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했죠. 그 후 월스트리트 저널의 금융 전문 기자가 됐어요. 역사와 경제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그는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같은 책을 쓰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석학으로 거듭났죠.” 어설프게 많은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가지를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연관성이 있는 다른 분야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그 과정에서 전문성은 절로 쌓인다.
 
안 박사는 “이제 세상은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도요타가 제시한 T자형 인재(자기 전문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까지 폭넓은 지식을 보유한 사람, 알파벳 T처럼 깊이뿐만 아니라 폭도 넓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A자형인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자형 인재는 사람 인(人)자 사이에 교량(ㅡ)을 이은 것이다. 전문 지식은 물론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을 가진 개인이 하나의 팀으로 협력한다는 의미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추가한 것이다. 그는 “전문성, 인성, 팀워크능력 3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춘 사람이 바람직한 현대의 인간상”이라고 덧붙였다.
 
김군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예로 들며“단기간에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최고가 될수 있었던 비법을 알려달라”고 청했다. 안박사는 “목표를 이루는데 왕도는 없다”며“먼저 인생의 목표와 성공의 정의를 확실히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남보다 배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목표 없이 방황한다. 안 박사는 일찍이‘Make Difference’라는 삶의 목표를 세웠다. 박사학위를 딴 것도, 책을 쓴 것도 모두 자신이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그는 “간접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1만 시간은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20시간을 10년 동안 한결같이 노력한 시간이다.안 박사는 이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전 1등 하는 친구보다 2~3시간씩 더 공부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1등이란 걸 해봤어요. 의대에 다닐 때는 방학 동안 틈틈이 컴퓨터 공부를 했죠. 안 연구소를경영할 때도 경영학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안 박사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저서에 직접 사인을 해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부를하라”고 당부했다. 창의력이란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답을 내는데만 급급한 공부는 시키는 일만 할 줄 아는 구시대형 인간을 만들지만 의문을 던지는 공부는 멀티플레이어를 만든다.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 힘든 측면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세요.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도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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