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꿈의 대학’ 대구대의 현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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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시각장애 1급 김일수(28·특수교육과 3)씨는 대구대에서 별 어려움없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도우미 친구들 덕분이다.

수업시간에 영상이 나오면 도우미 친구가 설명하고 강의 내용은 노트북으로 대필해 준다. 그러면 김씨는 대필한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 공부한다. 2인1실 기숙사에는 같은 학과 동기가 룸메이트다. 장애인 동아리도 활성화돼 선배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대구대의 지체장애학생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찾아 직원들과 상담하고 있다. 서 있는 사람 왼쪽부터 청각장애 직원 신홍섭씨, 이준희 지원팀장. [대구대 제공]


지체장애 1급 문찬국(21·도시행정학과 3)씨는 광주가 고향이다. 문씨는 “장애인이 공부하는데 대구대만한 곳이 없어 대구까지 왔다”며 “장애인이 많아서인지 대학 구성원의 눈길이 따스하다”고 소개했다.

대구대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지난해 말 현재 192명(시각장애 49, 청각장애 39, 지체장애 104). 이는 전체 재학생 1만8000여 명의 1% 수준이다. 4년제 대학 중 장애학생 수는 천안 나사렛대에 이어 두번째다.

하지만 장애학생을 배려한 시설이나 서비스는 단연 앞선다.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주황색 장애학생지원센터 건물이다. 지원센터는 대구대의 출발점이 된 대구 광명학교를 본따 150% 크기로 지난해 경산캠퍼스에 다시 지어졌다.

10일 이곳을 찾았을 때 직원 신홍섭(31)씨는 수화로 장애학생을 상담하고 있었다. 신씨는 대구대를 졸업한 청각장애인이다. 장애인의 불편은 장애인이 가장 잘 안다며 학교 측이 그를 채용한 것. 신씨는 대학 시절 청각장애학생은 수화 통역 수업이 필요하다고 건의해 받아들여진 주인공이다. 그가 업무를 맡은 뒤 전공과목 수업의 속기 도우미는 학생 도우미에서 전문가 도우미로 바뀌었다. 신씨는 “장애 후배들이 행정 일을 하는 자신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장애학생의 학습권과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0년 이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장애학생은 이곳에서 상담을 통해 점자도서나 수화통역사 등을 요청하고, 고장난 휠체어 등을 고치기도 한다. 센터는 음성안내 식물원과 휠체어를 탄 채 오를 수 있는 초저상버스 등 필요한 각종 시설을 마련해 왔다. 관련 학칙도 제정했다. 장애학생은 수강 학점에 따라 등록할 수 있으며 우선적으로 수강신청할 수 있다.

이재돈 부총장은 “소외된 이웃과 장애인에게 교육과 복지의 길을 열어 주자는 건학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교수·학생·교직원이 장애학생과 함께 한다”며 “통합교육이 좋은 인성교육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대가 펼쳐 온 각종 제도는 국내 장애인 교육의 기준이 되고 있다.

올해 대구대의 장애학생 특별전형은 50명 모집에 111명이 지원, 이 가운데 32명이 합격했다. 대구대는 언젠가부터 장애학생이 꼭 입학하고 싶어하는 ‘꿈의 대학’으로 불린다.

문제는 대구대의 장애학생 지원 예산 부담이다. 2005년부터 장애학생 도우미의 인건비 70%는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 설치, 장애학생 관련 기자재·설비 예산 등은 국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 대구대 이준희(50) 장애학생지원팀장은 “학교가 부담하는 연간 장애학생 예산만 10억원이 넘는다”며 “이제는 시설비 등에도 국비 지원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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