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대체의학 수용할 열린 제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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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그러나 대체의학이 어떤 것인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몸에 좋다는 약초 한가지를 먹는 것도, 한의사가 아닌 치료사에게 침 한번 맞으면서도 대체의료려니 생각할 뿐이다.

대체의료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대체의료에 몰리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 최근 건국대의대가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최초의 대체의료 경험여부 조사에도 80%가 대체의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레곤 건강과학대학의 조사에서도 50%가 대체의료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93년엔 3분의 1 수준이었다.

미국에서의 대체의료란 90%이상이 동양의학. 침술과 한약 (약초요법).추나 (카이로프랙틱).마사지요법 (지압과 안마).명상요법 (참선이나 요가).동종요법등을 뜻한다.

동종요법이란 '똑같은 증상이나 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희석해서 환자에게 투여하면 그 병이 고쳐진다는 원리' 의 치료법. 동양의학의 이독치독 (以毒治毒) 원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외국의 대체의료경험자가 얻는 효과와 우리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바로 대체의료를 실시하는 치료사의 실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체의료에 대한 만족도는 80%를 상회한다.

그러나 우리는 '치료효과가 있는 것 같다' 고 대답한 사람이 30.4%에 불과하다.

일예로 우리의 경우 전문침구사제도가 없어졌다.

한의학과의 과목으로만 교육된다.

그때문에 한의사만이 침술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연방식품의약국 (FDA) 은 침을 3등급 (연구대상치료기구)에서 2등급 의료기구 (자격을 얻은 전문인이 시술할 수 있는 치료기구) 로 인정했다.

경락이니 경혈점이니 하는 침술이론들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선택을 하고 또 효과를 보았다는 현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 전문자격 검정제도를 만들어 놓고있다.

전통문화유산 속에 엄청난 양의 대체요법들을 갖고 있는 우리는 그러나 법적인 금지만 요란할 뿐 치료사의 자격을 검정해줄 규정도 단체도 없다.

그래서 사이비치료사나 피해를 입는 환자에게 쌍벌규정의 논리가 적용될 뿐이다.

의학이란 과학인 동시에 문화다.

아직은 과학적이지 못한 문화라도 국민이 원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열린 제도가 필요하다.

김인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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