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가능 환자 퇴원만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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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까지 살인방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된다."

대법원이 1일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퇴원시켜 숨지게 한 의사들의 행위가 살인방조죄에 해당한다는 확정판결(본지 6월 30일자 10면)과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 판결취지를 오해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대한의사협회 등은 "이번 판결로 앞으로 회생이 힘들어 임종이 가까운 환자의 퇴원을 허용하는 것도 살인방조죄로 처벌되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병원 측과 임종을 앞둔 가족 간에 퇴원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대법원 손지호 공보관은 "이번 판결은 환자가 퇴원 당시에 반사와 충격에 대한 반응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눈까지 뜨려 하는 등 병세가 호전되고 있었다는 점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또 "응급환자로 실려온 지 이틀도 안된 중환자를 대책 없이 집으로 보낸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의사가 퇴원을 허용한 것은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17년간 무위도식하며 집안을 돌보지 않아 가족들의 원성을 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인의 요구대로 퇴원을 허락해 죽음으로 내몬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의사들이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환자의 퇴원을 허용한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행 응급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응급환자의 보호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일반적인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환자의 소생 여부에 대한 판단이 사법처리의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전문 전현희 변호사는 "앞으로 중환자를 퇴원시킬 경우 병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공식기구를 통해 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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