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절리나 커플 쌍둥이 사진이 180억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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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06면

언젠가 시작된 할리우드 2세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처음엔 그저 귀여운 아기들 사진 보는 재미에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지만, 이젠 웬만한 잡지치고 아기 기사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연예인 2세들 모습을 따로 모아 서로 비교하고 그들의 패션을 분석하기도 한다. 두 돌도 안 된 아기가 아르마니 모피 코트를 입고, 그 사진을 본 동물애호단체에서는 연예인 부모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인기로 먹고사는 스타들에게 2세란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이나 다름없게 된 셈이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파파라치들의 가장 큰 먹잇감은 역시 수퍼스타 부부들의 자녀들이다. 특히 톰켓 커플(톰 크루즈-케이티 홈스)의 딸 수리는 최대 단골손님. 이 꼬마 숙녀의 사진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각종 매체를 도배하다시피 한다.

유명 연예인의 2세들은 태어난 시점부터 초상권이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백만장자다. 지금까지 가장 큰 액수에 거래된 2세 사진은 브랜절리나 커플(브래드 피트-앤절리나 졸리)의 쌍둥이로 1400만 달러(약 180억원)에 팔렸다.

눈·코·입이 아직 자리도 안 잡은 아기 사진 몇 장에 도대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느냐고 많은 이가 반문할 것이다. 업계의 대답은 물론 “예스”다. 미국의 연예 주간지 ‘피플’은 브랜절리나 커플의 딸 샤일로가 출생한 직후 410만 달러에 사진을 사들였다. 그런데 아기 얼굴을 표지에 싣자 잡지는 평균 판매량보다 45%가 많은 220만 부가 팔려 나갔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미국의 문화·예술 주간지 ‘뉴욕매거진’은 스타들의 출산을 기다리며 산부인과 밖에 진을 치고 있는 파파라치들에게 “예수의 탄생 이후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탄생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처럼 고상한 취미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스타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것이 대중의 심리인 것을. 그러나 엄청난 액수를 받고 자녀들의 사진을 제 손으로 내주는 스타들의 행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수익금의 대부분이 기부된다지만 사실은 상당한 액수가 해당 연예인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설령 온전히 좋은 일에만 쓰인다 해도 아이의 초상권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유아의 초상권을 아무리 부모라도 제멋대로 팔아넘길 수 있는 걸까. 특히 몇몇 스타는 입양한 아이의 사진까지도 매체에 파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가 훗날 자신의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고계에는 ‘3B 법칙’이 있다. 아기(Baby), 동물(Beast), 미녀(Beauty)가 나오는 광고는 대부분 성공한다는 법칙이다. 그만큼 아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해당 제품을 노출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연예인 역시 은연중에 2세를 앞세워 자신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려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스타라도 결혼하면 대체로 인기가 식게 마련인 게 연예계 생리다. 그런 만큼 스타들에게 2세란 분명 대중의 관심을 묶어 둘 수 있는 꽤 훌륭한 보험이다. 너무 냉소적인 시각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연예인 2세들의 초상권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자녀가 뛰어난 재능을 보여 스스로 유명해지는 것을 막을 길은 없겠지만, 부모의 지명도를 위해 자녀를 동원하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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