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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가 남이가’ 미국 부자 뒤의 검은 네트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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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리런치
데이비드 K. 존스턴 지음
박정은 외 옮김, 옥당
516쪽, 2만1900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할 때의 바로 그 ‘공짜점심(free lunch)’이다. 대가나 수고 없이 얻어진 불로소득이나 이익을 의미한다. 여기선 일반국민이 아니라 소수의 ‘더 가진 자’들을 위해 쓰이는 보조금이나 감세 혜택을 뜻한다. 지은이는 뉴욕타임스 지의 탐사기자 출신인데 국민세금으로 상류층이나 기업을 배 불리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이것이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고 고발한다. 내용을 잠깐 보자.

#1.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전설적 투자가 워렌 버핏은 국제적 에너지 기업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컴퍼니’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6년 미국내 수익 중 4%를 연방법인세로 납부했는데 이는 대다수 미국인이 내는 소득세율보다 훨씬 낮다. 뿐만 아니라 2007년엔 6억6600만 달러의 세금 납부를 연기하고 2035년까지 그 중 절반만 내기로 했다.  

#2. 뉴욕 시장 루디 줄리아니는 재임기간 막바지에 프로야구단 뉴욕 양키즈에 공적 자금 2500만 달러를 비공개로 제공했다. 또 양키즈 구단주 스타인브레너는 새 스타디움을 건설하면서 법률을 교묘히 피해가며 비과세채권을 발행해 결과적으로 시의 납세자들 부담을 늘렸다.


#3. 2001년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엔론의 주도하에 미 정부가 전력시장을 효율화한다는 명목으로 발전과 판매 시장을 분리시키는 등 규제를 완화해 경쟁시장으로 내몬 탓이었다. 게다가 기존 전력설비 시스템을 유지하면 전기료가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20배로 뛰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은이는 기업가와 정치인들의 탐욕과 무능, 오판이 결합한 탓이라 본다. 실례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업’이 번창함을 든다. 1975년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수수료 수입은 1억 달러에 못 미쳤으나 2006년엔 약 25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그간 경제성장률의 10배에 달하는 고속성장이니 이 사업이 얼마나 짭짤한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일부 기업가들의 ‘보조금 따먹기’ 장단에 맞춰 깨춤을 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랫동안 추진됐던 중산층 육성정책은 지난 30년 간 부유층에 혜택을 몰아주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상위 0.1%인 30만 명의 소득합계가 하위 절반에 해당하는 1억5000만 명의 그것과 비슷해졌다. 예를 들어 매년 20만 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 대학에 다니지 못한다. 대학 졸업생의 3분의 2정도가 부채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80년대 중반까지 가난한 학생들의 공립대 등록금 중 60% 정도를 지원하던 펠 장학금이 계속 삭감되고, 샐리매 같은 대출기관이 마음대로 학자금 대출이자율을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출기관에는 2억 달러가 넘는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대출받은 학생들은 파산을 하더라도 상환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은이는 다수로부터 빼앗아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를 나누어주는 사회는 도덕적 기반이 약화돼 결국 붕괴될 거라며 ‘시장 만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옮긴이는 미국의 정책변화는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보조금 정책은 부자들의 지갑이 두툼해지면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이론’에 근거를 두었지만 그 효과에 의문을 표한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한국의 정치입안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책이자, 자기 돈 내고 제 몫을 못 찾는 보통사람들에게 ‘예방백신’이 될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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