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공채출신 탤런트 22명 '미스쥴리' 연습 비지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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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요즘 SBS 탄현스튜디오 A연습실의 불빛은 밤 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는다.

언젠간 한번은 본 듯한 젊은 얼굴들이 늦은 시간까지 땀을 흘리며 연극 '미스 쥴리' 연습에 열심이다.

6개월 동안7개팀으로 나눠 이 연극을 준비해 온 22명의 출연진은 SBS 1기부터 7기까지의 공채 탤런트들. 눈 코 뜰새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방송국에서 자신들의 연기력을 개발시켜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워크샵을 계획했다.

지난 3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에 SBS 둔촌동 공개홀에서 팀별로 공연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가장 잘하는 팀을 선정해 29일부터 성좌소극장에서 정식 연극을 상연할 예정. 또 공연 녹화분은 PD들의 캐스팅 자료로 쓰인다.

해마다 20여명의 탤런트들이 선발되지만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행운아들은 극소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이들이지만 비서.행인.병사등 수많은 단역들외에는 기억나는 배역이 없다.

물론 이들중 일부는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지만 연기력 부족으로 곧 도중하차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처음 모인 것은 지난 5월. 드라마국 이종한부장의 도움으로 연습장소를 마련,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발성과 신체훈련에 돌입했다.

공연작으로 하인과 하룻밤을 지낸후 심리적 갈등 끝에 자살하는 주인 아가씨 '미스 쥴리' 를 선택했다. 제작비 지원은 10월부터 나온 점심.저녁용 식권이 전부.하지만 연기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이들은 시간이 날때마다 파트너와 연습을 계속했다.

연극을 시작하기전 자신의 목소리가 안으로만 기어들어가는 '목욕탕 목소리' 였다는 박병선 (30) 은 "이번 연극에서 배운 호흡법을 통해 대사전달력이 많이 늘었다.

무엇보다도 연기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왜 안되는지를 알지 못했던 것에 비해 어떻게 고치면 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 이라고 자신감있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지도를 담당한 이종한 부장은 "체계적인 연기수업을 위해서는 신인들이 무대에 서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며 "일본의 경우 모든 연기자들이 극단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연기수업을 받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 덧붙인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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