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vs 벵거 감독 “잘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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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6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아르센 벵거(60) 아스널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소문난 앙숙이다.

13년째 신랄한 독설을 주고받으며 물고 뜯던 이들이 무대를 넓혀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4월 30일·5월 6일)에서 맞붙게 됐다.

퍼거슨은 프랑스 출신 벵거 감독이 일본 나고야 그램퍼스를 떠나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1996년 “일본에서 온 사람이 잉글랜드 축구에 대해 뭘 알겠느냐”며 무시했다. 이게 악연의 시작이었다. 아스널이 97~98시즌 맨유를 두 번이나 격파하며 우승하자 퍼거슨 감독은 “맨유는 축구 수준이 높아 아스널과 라이벌이 될 수 없다”며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모두 자기 아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벵거 감독의 응수에 한 방 얻어맞았다.

2002년에는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맨유의 판 니스텔로이가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아스널 선수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빌미도 아스널이 제공했다. 2003년 2월 홈에서 열린 FA컵 6라운드에서 아스널에 패하자 격분한 퍼거슨 감독이 축구화를 걷어차 베컴의 눈두덩이를 찢어놨고, 그 길로 둘은 헤어졌다.

2004년 10월, 49경기 무패 행진을 벌이던 아스널이 맨유에 0-2로 무릎을 꿇자 화난 아스널 선수들이 드레싱룸으로 향하던 퍼거슨 감독에게 피자와 수프를 집어던지는 ‘피자게이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퍼거슨은 “벵거는 감독의 수치”라고 쏴붙였고, 벵거는 “퍼거슨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날을 세웠다.

맨유는 16일(한국시간) FC 포르투(포르투갈)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 6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36m 중거리골 한 방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2-2로 비긴 맨유는 1승1무로 준결승에 올랐다.

한편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던 아스널은 홈에서 열린 비야레알(스페인)과의 8강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맨유와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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