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독촉장등 연말 우편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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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집배원 李모 (52.전주시완산구중노송동) 씨는 해마다 연말이면 연하장.달력.선물등 폭주하는 우편물 배달에 하루가 부족한 어려움을 겪었다.

李씨는 올해는 불황으로 어느해보다 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경제위기로 금융권 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금융권에서 대출금 회수를 재촉하는 독촉장등 내용증명서가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李씨가 하루 배달하는 대출금회수 독촉장등은 8백여건으로 평소 2백여건에 비해 4배가 늘어난 것이다.

수신인이나 가족들을 직접 만나 도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해 보다 어려움이 더 크다.

李씨의 담당 구역은 전주시중화산.효자.서신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오전9시 우체국을 나서 이들 우편물 배달을 마치는 시간은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다.

그래도 수신인을 만나지 못해 배달을 하지 못하는 내용증명 우편물이 1백여건 이상이다.

李씨는 "상당수의 주부들이 가계에 보탬을 주기위해 취업일선에 나서는 바람에 수취인을 만나지 못해 우편물을 전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고 말했다.

16일 전주를 비롯한 도내 우체국들에 따르면 은행등 금융기관에서 발송하는 대출금회수 독촉장등 내용증명서는 하루 평균 5만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2만여건에 비해 60%가 증가한 것이고 IMF구제금융 이전인 10월 2만5천여건에 비해 50%가 급증한 것이다.

집배원 80명 (임시직 포함) 이 있는 전주우체국의 경우 독촉장 우편물이 2만7천여건으로 집배원 1인당 평균 3백30여건이지만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을 담당하는 집배원의 경우 1천여건이 넘어 이들 지역에 집배원들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특히 이들 우편물들은 직접 수취인을 만나 전달을 해야 하지만 최근 직장을 잃는 가장들이 늘어나 주부들이 직접 일터로 나서는 바람에 집을 비우는 가정이 많아 배달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집배원 1인당 50~1백건이나 된다.

우체국 관계자는 "연말연시 온정을 전하는 우편물이 크게 줄어 든 대신 빚독촉 우편물이 크게 늘어나 경제위기의 싸늘함을 실감케 한다" 고 말했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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