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然금술사 29] 바닷물로 농사를…두바이 '해수 하늘농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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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가 바닷물로 농사를 짓는 '해수 하늘 농장'으로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는 거대한 유리 온실 타워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신개념 농법이다. '해수 하늘 농장' 은 지난 2년간 아랍 에미레이트에서 주택과 인프라 건설을 해온 이탈리아의 건축회사 '스튜디오 모바일'사가 두바이에 제안한 프로젝트다.

'해수 하늘 농장'은 바닷물을 직접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은 온실 안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증발된 습기로 물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먼저 거대한 기둥에 떡잎모양의 유리 온실을 층층이 만들어 연결한다. 그리고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기둥과 유리온실에 순환시킨다. 온실 바닥으로 흐르는 차가운 바닷물은 온실의 뜨거운 공기를 식히고 농작물에 필요한 습기를 공급한다. 그러면 온실 안은 식물이 생장하기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게 된다.

농업 용수로 쓰이는 물은 '결로현상'으로 만들어 진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얼음 물 잔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유리온실 천정에 모여있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 공기' 는 기둥을 따라 온실을 빠져나가게 된다. 이때 이 고온건조한 공기에 바닷물을 미세한 물방울로 만들어 분사시킨다. 그러면 이 공기는 뜨겁고 습기 찬 공기로 변한다. 그리고 '굴뚝효과'에 의해 기둥을 타고 올라가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기둥 안에는 차가운 바닷물이 흐르는 관이 있다. 뜨겁고 습기 찬 공기가 차가운 바닷물이 있는 파이프 주변을 에워싸고 올라가면서 파이프 표면에는 물방울이 엉기게 된다. 이 물방울이 관 표면을 타고 흘러 물탱크에 모인다. 이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두바이는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농사를 지을만한 비옥한 땅도, 물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땅값이 비싸다. '해수 하늘 농장' 은 바다와 사막을 끼고 있는 사막 두바이에 딱 맞는 농법이다. '무한상상의 땅'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두바이식 '인공 농장' 이다. 두바이는 그동안 인공섬 '팜 아일랜드'를 비롯해 굵직 굵직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자연의 한계를 극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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