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후보 TV토론 분야별 초점]정경유착·비자금…사채 조달 시도,20억수수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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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경유착 문제로 치고받기가 상당시간 계속되자 거친 언사가 마구 튀어나왔다.

세 후보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를 때가 많았다.

입씨름은 2대1 형태로 진행됐다.

이회창후보에 대해서는 김대중.이인제후보가, 金후보를 겨냥해서는 두 李후보가 수시로 '보조' 를 맞췄다.

처음엔 이인제후보가 공세를 취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사채시장에서 5백50억원을 조달하려 한 사실을 들어 이회창후보에게 "범죄행위고, 정경유착이다" 며 따지듯 물었다.

김대중후보에게는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은데다 비자금 의혹까지 있는데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을 지 의문" 이라는 힐난조의 질문을 던졌다.

김대중후보는 "20억원은 (92년 대선때) 盧대통령이 선거위문금으로 보낸 것으로 당에서 그 돈을 썼다" 며 시비소지를 줄이려 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사채자금 조달 시도를 문제삼아 "여당이 이렇게 타락할 줄 몰랐다.

명백한 실명제 위반이고 부정선거 기도" 라고 비난했다.

이회창후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야말로 우리가 깨끗한 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방증" 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곤 金후보에게 "선거위문금이란 얘기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위문금으로 20억원씩이나 받아도 되는 거냐" 고 역공했다.

이인제후보도 잠시 이회창후보를 거들었다.

"20억원이 재벌 돈 아닌 국민세금인줄 알았느냐. 이거 말이 안되는 소리다" 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이회창후보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이회창후보가 얼버무리는데 기업어음을 무엇 때문에 정당이 빌리는 거냐. 정경유착과 부정선거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고 언성을 높였다.

'DJ비자금' 문제로 들어가자 한마디 한마디에 '독 (毒)' 이 배어났다.

金후보는 이회창후보에 대해 "내 친인척 계좌를 뒤졌는데 이는 국가기관 아니면 불가능하고, 자료 입수 자체도 불법" 이라며 "李후보는 처음엔 몰랐다고 거짓말했는데 그런 부도덕한 행동을 해도 되느냐" 고 따졌다.

이회창후보는 "본말을 전도해선 안된다.

나같으면 앞으로 나서서 '밝혀다오' 라고 했을 것이다.

金후보는 문제를 제기할 입장이 못된다" 고 즉각 맞받아쳤다.

그러자 이인제후보는 "이회창후보는 권력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꺼낼 수 없는 자료를 폭로한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고 끼어들었다.

金후보는 격앙된 어조로 "이 문제는 선거가 끝나더라도 밝혀야 하며, 무책임한 사람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회창후보는 "부정의혹이 있는 분에게 우리가 어떻게 믿고 국권을 맡기겠는가" 라며 金후보를 계속 성토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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