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左)는 이상은양을 6년째 가르치고 있다. 이양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나면 제 음악이 늘 한 차원 높아진다”고 말한다. [이상은 제공]
어려운 형편에도 딸의 음악 교육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아이의 재능 때문이다. 이양은 올해 초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최연소 입학하는 기록을 세웠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바로 대학으로 진학한 것이다. 스승 정명화(65)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이양을 가리켜 “아주 특별한 재능을 지녀 큰 성공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2년 전부터 이양에게 레슨비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이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을 잡지에서 보고 찾아갔다”고 했다. 여름 음악캠프에서 한 번 연주를 들은 정 교수는 그를 제자로 받았다. 이전까지는 동네 학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첼로를 잡은 것이 전부였던 학생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이후 국내 콩쿠르를 휩쓸고 예원학교에 입학한 이양은 실기시험마다 1등을 도맡았다. 이런 이양에게 정 교수는 “고등학교에 가느니 아예 대학에 가서 제대로 공부하자”고 권했다.
실력은 대학 진학에도 충분했지만 여건은 그렇지 않다. 3년 전에 산 첼로는 훌쩍 커버린 몸에 맞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쓴 활은 너무 가볍다. “좀 더 좋은 악기로 깊고 큰 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일단 이 악기로 할 수 있는만큼 해봐야죠.” 이양은 10년 전 외환 위기 이후 어려워진 집안 형편을 이해하는, 속깊은 막내딸이다. 콩쿠르를 위해 빌린 악기를 주인이 다시 가져갔을 때도 낡은 악기를 보듬어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정명화 교수는 “악기를 잘 다루는 아이들은 많다. 하지만 상은이는 음악을 잘 한다. 어린 나이에도 음악의 깊이를 안다.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조건을 갖춘 학생”이라고 평했다. 이번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콩쿠르에서 우승했지만 앞으로 보여줄 놀라운 성과가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