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기타니(木谷)의 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2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2보(21~34)=실전적인 ‘한국류’가 세계를 제패한 이후 바둑은 변했다. 일본 기사들도 과거의 ‘미학’을 포기하고 실전적이고 전투적으로 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은 아예 한국보다 더 실전적인 스타일로 나가고 있다.

백△로 막았기 때문에 21로 머리를 한 방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적 미학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머리를 얻어맞고 빈삼각(22)으로 우그러지는 것은 추해서 볼 수 없다. 그러나 현대바둑은 늠름히(?) 얻어맞는다. 우선 귀를 챙기는 게 중요하고 또 흑이 기분을 냈으나 24, 26으로 되찾아 오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리는 있다. 바로 좌상의 흑▲인데 이 수는 낮고 단단해 ‘뿌리’라 표현된다. 일본의 기타니(木谷) 9단이 처음 둔 수여서 ‘기타니의 뿌리’라고도 불리는 수. 이 수가 놓인 이상 좌변은 속말로 흑이 두든 백이 두든 별 볼일이 없게 된다. 다시 말해 흑▲가 이 판의 포석에 중요한 키잡이 역할을 한다.

31까지 현대판 정석이 일단락됐을 때 32는 응당 ‘참고도’ 백1로 갈라야 한다. 그러나 역시 흑▲의 뿌리가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기에 쿵제 7단은 32로 방향을 틀었다. 33은 큰 곳이지만(A도 선수) 기타니의 뿌리 쪽으로 가서는 부가가치가 없다는 판단 아래 32, 34로 신천지를 개척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