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에 그림까지…'화장실 문화'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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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꽃향기 나는 화장실에서 차한잔을 마신다. ' 상상도 못할 일 같지만 더이상 가상현실의 일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내 공원과 경기도수원시 곳곳에는 '화장실 문화' 를 바꾸어 놓을 새로운 개념의 화장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개설된 서울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의 공중화장실. 화장실입구에 들어서자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18평 규모의 화장실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벽에 걸린 싱싱한 장미꽃. 단아하게 걸려 있는 그림과 사진을 보면 화장실에 제대로 들어왔나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 건물모양도 주위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화장실내부가 들여다 보이지 않는 범위내에서 외벽을 투명유리로 마감했는가 하면 화장실 건물한쪽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까지 마련했다.

송파구가 새로운 화장실문화 열기의 첫단계로 만든 이 화장실은 현재 주민들로부터 인기 상종가.

경기도수원시는 지난 7월부터 수원을 '세계에서 화장실이 제일 깨끗한 도시' 로 만들기 위해 '으뜸화장실 선정 콘테스트' 를 매달 개최하고 있다.

이 콘테스트에서 으뜸 화장실로 꼽힌 곳은 놀랍게도 수원시외버스터미널.지동시장.민방위전시관 화장실등. 이들 화장실에는 밝은 조명에 은은한 꽃향기는 물론 꽃화분과 벽을 가득채운 거울이 급한 일을 보러온 행인들을 기쁘게 한다.

수원시는 올해 우선 시에서 관리하는 1백22곳의 화장실을 쉬고 사색하고 몸단장하는 곳으로 모두 바꿔나갈 계획. 민간 화장실도 개선을 유도해 나갈 예정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액시스디자인대표) 씨는 "얼마전 잠실운동장을 찾은 울트라니폰이 불결한 화장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고 창피하기 그지 없었는데 자치단체가 새로운 화장실문화를 이끄는 노력을 기우려 다행" 이라며 "화장실이 깨끗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환경이 쾌적해지는 것" 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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