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면 내탓"…대선후보 부인들 내조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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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후보 부인들간 득표경쟁도 후보들 못지 않다.

부인들 역시 궂은 일을 마다 않는다.

일정도 남편 못지 않게 빡빡하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거의 쉴 틈이 없다.

몸살을 앓아도 내색하지 않는다.

남편 당선은 오로지 내조 (內助)에 달려있다는 강박관념조차 갖고 있는 것같다.

이회창후보 부인 한인옥 (韓仁玉) 씨는 9일 부산시 남구 나환자촌을 찾았다.

韓씨는 나환자들의 손을 덥석덥석 잡았다.

몇몇 환자들에겐 거리낌없이 포옹했다.

그러자 나환자들도 마음을 여는 것같았다.

"남편이 깨끗한 정치로 나라를 살릴 것인만큼 믿고 도와달라" 고 호소한 韓씨에게 "찾아줘서 고맙다" 며 손을 꼭 쥐는 환자들도 꽤 있었다.

김대중후보 부인 이희호 (李姬鎬) 씨는 지난 8일 경기도의정부시 306보충대를 방문했다.

李씨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장시간 연병장 입구에 서서 입영하는 장정들에게 장미꽃을 나눠 주었다.

그러곤 "여러분 덕에 우리가 후방에서 안심하고 산다" 고 격려했다.

부모들에게도 90도로 인사하며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 고 마음을 달래줬다.

이인제후보 부인 김은숙 (金銀淑) 씨도 열성에선 뒤지지 않는다.

金씨는 8일 충북제천 중앙시장에서 주변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도 상인과 시민들에게 "어른들에게 인사드리지 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며 큰절을 한 것이다.

金씨는 남편이 하는 것과 똑같이 각지의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선거운동 개시후 벌써 1백여곳의 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세 후보 부인들이 이처럼 맹렬히 뛰는 바람에 그 동선은 남편들보다 길 때가 많다.

보통 하루에 2백~3백㎞나 된다고 한다.

이에 자극받아 남편들은 더욱 분발, 선거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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