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연일 곤두박질…1달러=1천6백원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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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미 (對美) 달러환율이 달러당 1천5백원선마저 넘어섰다.

고객들이 사는 환율은 1천6백원도 넘어섰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은 달러환율이 연 3일째 상승제한폭까지 오르면서 거래가 끊기는 등 사실상 마비됐다.

또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에서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금리가 법정제한선인 연 25%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이날 환율은 이날짜 기준환율인 달러당 1천4백23원60전보다 다소 높은 1천4백90원으로 출발했으나 단 40분만에 상승제한선인 달러당 1천5백65원90전으로 치솟은 뒤 하루종일 외환거래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11일자 기준환율은 달러당 1천5백63원50전으로 전날보다 1백39원90전 오르면서 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원화는 올들어 달러화에 대해 10일 현재까지 무려 46%나 절하됐다.

예컨대 지난해 12월말 1천만원을 은행에 들고가면 1만1천6백70달러 (현찰매도율 1달러 = 856.86원) 로 바꿀수 있었으나 10일 같은 돈을 들고 은행을 찾은 사람은 불과 6천2백달러 (1달러 = 1, 612.80원) 밖에 쥘수 없었다.

한국 원화의 돈값이 채 1년도 안되는 사이에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환율이 상승제한선에 다다라 외환거래가 끊긴 것은 지난달 20일 환율변동폭이 기준환율의 상하 (上下) 2.25%에서 상하 10%로 확대된 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외환시장이 마감된 뒤 기업들의 수입대금 등 실수요에 의한 매수주문에 한해 보유 달러화를 풀어 장내에서 대부분 결제해줬다.

이날 일반은행들은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달러를 환전해줄 때 적용하는 환율을 개점초 달러당 1천4백66원30전으로 고시했으나 환율이 폭등하자 오전중 두차례나 고시판을 바꿔 결국 달러당 1천6백12원80원을 적용했다.

이번주들어 환율이 계속 폭등하고 있는 것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달러화 수요는 많이 늘어난 반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화 물량은 늘지 않아 수급 (需給) 이 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종금사.증권사의 자금난과 기업의 연쇄부도에 따라 금융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돼 있는 것도 환율폭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날 자금시장에서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 25.45%로 전날의 연 24.95%보다 0.5%포인트,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24.85%로 전날보다 3.76%포인트씩 높아졌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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