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주먹구구 행정에 혈세 1천억원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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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무원들의 근시안적 행정으로 인해 천억원대의 아까운 세금이 낭비되게 됐다.

대전시는 유성 리베라호텔 옆 계룡로 일부 구간의 노폭 (路幅) 변화가 너무 커 운전자들의 불편이 많다는 지적〈본지 11월11일자 18면 보도〉에 따라 9일 이 구간에 대한 교통체계 보완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계룡로 유성네거리~진잠로 구간이 왕복 2차선에서 10차선까지 차선폭이 크게 달라 민원이 많자 계룡로 신신농장 앞에서 유성시가지를 우회, 진잠로를 연결하는 새 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시는 대신 현재 왕복 8~10차선인 유성기독교백화점~만년교간 (약 1㎞) 도로는 리베라호텔 옆 연결구간 (왕복 4차선) 과 노폭을 통일시키기 위해 왕복 4차선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보도나 화단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보상비와 사업비 등 왕복4차선 도로 1m 건설에 드는 비용은 평균 7천여만원. 기존 8차선 (2백m) 과 10차선 도로 (약1㎞) 구간을 4차선 도로로 통일하기 위해 기존도로의 4~6차선 도로 부분을 보도나 화단으로 전용할 경우 모두 1천1백9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낭비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인근 노은지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및 월드컵축구장이 들어서게 되면 앞으로 유성시가지를 통과하는 차량이 더욱 늘 수밖에 없어 우회도로를 만들어 통과차량을 줄이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신설될 우회도로는 총연장 3.2㎞. 이 가운데 신신농장 앞~갑천변 (봉명들) 간 1.24㎞는 내년말부터 2000년까지 왕복 4차선의 고가도로로 건설된다.

또 왕복 10차선으로 건설될 연결도로는 충남농촌진흥원 앞~유성농고 앞~진잠로 (교차)~월드컵경기장 사이에 건설될 예정이다.

아직 이들 도로의 건설비는 책정되지 않았으나, 기존 도로건설비 (왕복 4차선 1m에 7천여만원) 를 감안하면 3.24㎞를 건설하는데 최소한 2천2백6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계룡로 구간이 모두 왕복10차선으로 개설됐다면 당장 건설할 필요가 없는 우회도로 건설에 대해 시민들은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으로 인한 예산낭비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계룡로는 지난 65년 유성일대가 충남도 (대덕군) 소속일 때 전 구간이 왕복 2차선으로 건설된 뒤 지난 7월까지 30여년간 구간별로 최대 10차선까지 확장됐으나, 충남도와 대전시 (83년 대전시 편입)가 장기적 도시발전에 대비한 도로용지를 확보해 놓지 않아 일부 구간이 현재와 같은 기형 (畸形) 이 됐다.

대전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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