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는 수박' 개발자 우장춘 박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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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씨 없는 수박'하면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를 떠올린다. 우 박사가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북대 과학학과 김근배 교수는 최근 열린 '이달의 과학기술 인물-우장춘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우 박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장춘 박사에 대한 김 교수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씨 없는 수박 개발자 아니다=씨 없는 수박은 1943년 일본 교토제대 기하라 히토시가 개발했다. 우 박사는 한국에 돌아온 직후 대중 강연에서 육종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그 실례로 씨 없는 수박을 자주 들었다.

53년 그는 연구소에서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해 일반인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이 씨 없는 수박을 우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우 박사는 '종의 합성 이론'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정도로 뛰어난 육종학자다.

◇일본인인가, 한국인인가=우 박사는 1898년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 역시 일본인 아내를 얻었다. 그의 아버지는 우 박사의 출생 신고를 경성에 했다. 우 박사는 일본 이름도 가졌으나 '우'라는 성을 버리지 않았다.

◇왜 귀국했나=우 박사는 50년간 살아온 일본을 뒤로 하고 귀국했다. 그의 귀국은 과학으로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려는 '과학 휴머니즘'에서 비롯됐다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우 박사는 귀국 후에도 대화나 강의를 모두 일본말로 했다.

◇'고무신 할아버지' 별명=우장춘 박사는 외모 때문에 '불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늘 고무신을 신고 다녀 '고무신 할아버지'로도 불렸다. 술은 전혀 하지 않았으며, 식도락가로 불릴 만큼 맛있는 음식을 찾아 즐겼다. 대통령이 불러도 연구 중에는 가지 않았다. 또 농림부 장관의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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