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출두 14시간30분 만인 오후 11시40분쯤 조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떠나고 있다. 검찰은 노씨를 13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조문규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 명의의 홍콩 법인계좌로 500만 달러가 입금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에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11일 부인 권양숙 여사를 부산지검에서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아들 건호(36)씨도 대검 중수부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홍콩에서 이뤄진 500만 달러 송금 과정에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정 전 비서관이 직접 개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연철호씨의 부탁을 받고 박 회장에게 ‘투자 설명을 한번 들어봐 달라’고 전화한 적이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곧 노 전 대통령’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분신이었다. 송금에 노 전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거다”라며 박 회장의 진술을 부인하는 글을 올렸다.
중수부는 검사들을 부산지검에 보내 권양숙 여사를 비공개리에 조사했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대로 “(2007년 6월 수수한 100만 달러는) 남은 빚 때문에 빌린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건호씨를 상대로 연씨가 송금받은 500만 달러의 전부 또는 일부의 실제 주인인지를 조사했다. 또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받아 대통령 관저로 전달한 100만 달러를 건호씨가 받았는지 등도 캐물었다. 건호씨는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철재·정효식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