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오늘 지면 끝장’ 투혼 … 삼성화재 세 번째 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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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2(18-25, 25-20, 19-25, 25-20, 15-13)로 역전승, 3승1패로 우승(상금 1억원)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프로 출범 후 세 번째, 실업배구 시절을 포함해 11번째 정상에 섰다.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이 최우수선수(MVP·상금 500만원)에 뽑혔다.

지난 시즌에 이어 프로배구 2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 선수단이 우승 트로피를 받은 뒤 환호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믿음의 배구’로 우승을 이끈 신치용 감독. [대전=연합뉴스]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삼성화재에 4차전은 이번 챔프전에서 가장 힘든 경기였다. 석진욱·손재홍·최태웅(이상 33) 등 노장들은 체력 부담으로, 안젤코는 어깨와 발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의 벼랑 끝 저항도 삼성화재를 힘들게 했다.

삼성화재는 1세트 안젤코의 공격이 상대에게 가로막히거나 아웃되면서 어렵게 출발했다. 위기의 순간 장병철이 등장했다. 안젤코에게 주전을 내주고 시즌 내내 벤치를 지키다시피 했던 장병철은 2세트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점유율 45.71%)를 책임지며 10득점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필요한 순간 제 역할을 해줬다”며 장병철을 극찬했다.

그러나 안젤코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엔 나머지 선수들이 안젤코의 짐을 나눠 졌다. 삼성화재는 안젤코(19점) 외에 고희진(14점)·석진욱(13점)·장병철(12점)·손재홍(12점)·신선호(10점) 등 공격수 전원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그들에게 나이는 멍에가 아닌 명예였다. 동료들의 투혼이 안젤코의 공격 본능을 깨웠다. 자신이 빠진 3세트를 져 세트스코어 1-2로 몰리자 안젤코는 신 감독에게 “제발 나를 빼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4세트부터 살아난 안젤코는 15점까지인 5세트에 파괴력 넘치는 공격으로 5득점, 승리를 완성했다. 신 감독은 “5세트에는 나조차도 서 있기 힘들었다. 하지만 천안(5차전)으로 가면 승산이 없다는 걸 선수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5세트까지 가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훈련을 부르는 분위기=지난 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안젤코는 한국 생활 시작 며칠 만에 팀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라이트 공격수인 안젤코는 수비 훈련을 등한시했다. 대놓고 자신을 탓한 동료는 없었지만 안젤코는 자신에게 꽂히는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 눈치 빠른 안젤코는 동료와 똑같이 코트 바닥을 굴렀다. 지난 시즌 떨어지는 공을 멀뚱멀뚱 바라만 봤던 안젤코는 이번 시즌 누구보다 열심히 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안젤코는 “돈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삼성화재 잔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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