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러도 찬성한 안보리의 대북 비난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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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고, 대북(對北)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어제 최종 합의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솔로몬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 채택을 주장하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일주일 가까이 평행선을 그린 끝에 형식은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하되 내용에는 강력한 제재 장치를 담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졌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만류를 무시하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한 안보리 차원의 합의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곧 열리는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의장성명 최종안은 지난 5일 실시된 북한의 로켓 발사를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 결의 8항에 명시된 제재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자산동결이나 여행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북한의 기업이나 단체의 목록을 작성, 이를 제재위원회에 넘겨 제재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회원국들이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 내용을 이행할 것인지에 제재 효과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의장성명의 실효성을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강제력을 결여한 의장성명의 본질적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인식하에 대북 비난에 동참하고, 구체적 제재 조치에 합의했다는 것은 북한으로서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중·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상징성의 무게를 북한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의장성명이 원안대로 채택되면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게 된다. 북한은 안보리에서 로켓 관련 논의만 이루어져도 ‘9·19 공동성명’에 어긋나기 때문에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고, 복구 작업에 나서겠다고 위협해 왔다. 과연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북한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안보리 결의 1718호가 채택됐지만 곧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대북 제재는 유명무실해졌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 아니면 북한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할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의장성명을 이유로 6자회담의 테이블을 뒤엎어버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면 북한의 고립과 고통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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