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오익제씨,국민회의 김대중총재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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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가안전기획부와 검찰은 5일 월북한 오익제 (吳益濟) 천도교 전교령이 최근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총재에게 보낸 서신을 적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에 나섰다.

안기부는 압수영장청구 이유서에서 "현재 북한에 머무르고 있는 吳씨가 金총재에게 보낸 편지가 지난달말 서울목동 국제우체국에 도착했다" 며 "吳씨의 월북경위와 월북 관련자 수사에 단서가 될 수 있어 압수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보통 편지지 4~5장 분량의 편지에는 "떠나올 때 인사를 못해 죄송하다.

미국에서 보낸 편지는 받아 보았느냐. 정계 입문할 때 신세를 졌다.

도와줘 고맙다.

북한에 오니 소문과 달리 살기가 좋다.

김정일 (金正日) 비서의 책도 읽어보는게 좋겠다. 김정일동지도 金후보의 당선을 기원하고 있다.

후광 (後廣.金총재의 호) 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통일이 빨라질 것으로 본다" 는등의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吳씨는 지난 8월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중국을 거쳐 같은달 15일 열차편으로 평양에 도착했었다.

안기부 이광수 (李光秀) 공보관은 "吳씨의 편지엔 평양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고 북한 우표가 붙어 있으며 보내는 사람 난에는 오익제 이름과 '평양시 중구역' 이란 주소가, 받는 사람 난에는 金총재 이름과 '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3의4 한양빌딩' 이라고 적혀 있다" 고 밝혔다.

李공보관은 "겉봉 소인에는 '97.10.31' 이라 찍혀 있으나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 고 설명했다.

안기부는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 "국가보안법과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의 단서가 되는 국제우편물에 대해서는 검열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서신 필적 감정결과 문제 서신의 필체는 오씨의 거승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에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첨부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은 경제파탄으로 몰리게 된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후보를 구출하기 위해 김영삼 (金泳三) 정권이 저지른 정치적 음모극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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