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위기 전문가진단…가격·외형경쟁 자제 외국인 유치 힘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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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여행업계의 위기는 사실상 국가적인 외환대란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크게 불거져 나왔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상황에 불과하다.

그동안 업계는 과도한 가격경쟁을 일삼아 왔으며, 과대광고로 인한 비용부담에 허덕여 왔다.

덕분에 매출액에 있어서는 크게 신장을 했던 것도 사실이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중병을 앓고 있었다.

이번 부도사태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소비자다.

사전 예약금이나 구매액전액을 지급한 여행소비자들이 여행사마다 천여명에 달하며, 이들이 보상받을 길이 거의 막혀 있다.

여행사들이 가입한 보증보험의 한도마저 1억원에 불과해 보상을 받는다해도 거의 상징적인 금액일 수 밖에 없다.

또한 관련업체들의 손해도 막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외현지의 관련업체.호텔.식당.관광알선 랜드사.광고업체등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여행업은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며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수배하는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여행소비자와 관광목적지간에 중간매개 역할을 맡고있다.

그렇기에 여행업의 건강한 기능은 여행소비자의 만족이나 관광목적지의 발전에 공히 중요하다.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적으로 부도 가능 여행사의 철저한 위기관리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업계내 공조체제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데 문제가 크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하여 우리나라 여행업계가 건강한 제 모습을 찾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가격경쟁으로 외형불리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만족 경영.사회만족 경영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시장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업계의 이러한 자정노력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차제에 여행업의 도매기능과 소매기능을 분리하는 구조조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여행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증보험 및 공제회 기능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고용창출산업으로 인식되는 관광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업계와 정부 모두다 새로운 변화와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연택<한양대 관광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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