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4대강 살리기 모델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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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태화강 중류(굴화~선바위) 생태공원 조성사업비로 국비 20억원이 내려갔다. 태화강 삼호·울산지구 도시생태하천 조성사업비도 571억원을 올 추경에 반영해 주기로 했다. ”

최근 울산시에 날아든 낭보다. 태화강 개발사업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녹색뉴딜(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국비지원을 받아내려는 노력에 첫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태화강 마스터플랜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2011년까지 남은 사업비 총 5233억원 중 최대 3499억원(67%)을 국비로 지원받아 시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된다. 지난해까지는 투입된 사업비 4240억원 가운데 72%인 3044억원을 시 예산으로 부담했다.

태화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산책로. 강변을 끼고 달리다 십리대 숲을 관통하는 10km구간의 명품 코스로 평일에도 하루 5000여명의 시민이 찾는다. [이재동 사진작가]


◆4대강 살리기 모델=정부는 2012년까지 총 14조원을 들여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에서 거국적 참여를 끌어낼 만한 본보기 사업을 찾기가 마땅찮은데다, 상당수 지자체는 토지보상·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못 마쳐 연내 착공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1월22일 시도지사와의 오찬장에서 “강을 준설하면 환경이 나아진다. 태화강을 보라”고 했다. 또 1월30일 SBS에 출연해 “태화강은 썩은 물 때문에 최악의 도시였다. 그러나 강을 정리하고 나니 홍수·갈수를 면하고 고기가 뛰논다. 그 유역 이 전부 문화·관광서비스 산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2월 박맹우 시장이 청와대와 국토해양부에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태화강이 4대강 재탄생 프로젝트의 가장 확실한 선도모델이다. 반드시 성공한 모델로 완성시킬테니, 4대강 종합 정비계획에 태화강 프로젝트를 반영해 3499억원의 국비를 지원해 달라.”

한달 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울산시도 모르게 태화강 일원을 잠행하고 갔고, 최근 울산시가 지원을 요청한 태화강 프로젝트 관련 18개 단위사업 가운데 3건에 대한 국비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되살아난 태화강=울산시는 썩은 강을 되살리기 위해 2002년부터 태화강 바닥에 쌓인 쓰레기와 썩은 흙 66만7000㎥을 걷어내고 물길을 정비했다. 또 생활오수와 공장폐수의 유입을 차단 하기 위한 총연장 33㎞의 하수관을 묻었고 방사보 철거, 십리대밭 공원 조성, 자연형 호안조성, 1사1하천 가꾸기운동, 반구대 암각화 유역 선사문화 산책로 설치사업 등에 424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까지 3~5급수에 머물렀던 하류 수질이 2005년부터 2급수로 개선됐다. 또 2003년부터 연어가 되돌아오고 태화강을 찾는 철새도 2006년 31종에서 지난해 말 42종으로 늘어났다. 2006년부터 전국 수영대회를 열어 맑아진 강의 모습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이기원 기자 , 사진=이재동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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