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11.전주 이강주…한잔에 겨울 찬바람 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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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전북전주시덕진구원동. 호남고속도로 전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익산방면으로 나가다 만나게 되는 농촌마을이다.

과수원의 배와 논의 벼가 자취를 감춘채 제법 쌀쌀한 바람이 텅빈 들판에 흙먼지를 일으킨다.

그러나 가을걷이가 끝난 원동에는 쓸쓸함을 달랠 명물이 있다.

이강주 (梨薑酒) .명칭 그대로 배의 시원함과 생강의 매콤함이 전통 소주에 담겨 조선시대부터 애용돼온 술이다.

"이강주는 '울금' 을 바탕으로 전주에서 탄생한 술이여. 울금나무의 뿌리인 울금은 조선왕실의 진상품으로 신경안정에 효과가 있는 약재고…. " 지난해 정부로부터 전통식품 제조명인으로 지정된 고천 (古泉) 조정형 (56.명주 이강주대표) 씨. 조씨는 이강주가 약소주 (藥燒酒) 임을 강조한다.

조씨의 명주 이강주 술도가 2층에는 마늘술.당귀술등 전국의 술 2백여종, 소줏고리등 술빚는 도구 70여종이 30여평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이 바로 조씨가 전통술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고천주조박물관이다.

"판소리.부채.음식만 전주의 명물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에요. 이강주는 전주 양반의 풍류가 담긴 술이죠. " 박물관에서 만난 이승환 (36) 씨는 "술이 부드럽다" 며 부지런히 술잔을 비운다.

1백여가구가 사는 원동에서 이강주가 생산된 것은 지난 90년. 이 마을 주민들은 원동의 전체 모습이 낙지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술안주의 대명사 낙지. 원동은 낙지의 모습을 한채로 그렇게 오랫동안 이강주의 생산을 기다렸던 것일까. "알콜 도수도 환경을 감안해야 혀. 평안도.함경도는 35도, 황해도는 30도, 중부.호남.영남은 25도, 제주는 20도가 적당하당께. " 조씨는 술이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동은 2001년께 민속주 마을로 거듭 태어난다.

술도가 2층에 있던 고천박물관이 1층까지 차지, 전시공간이 30평에서 60평으로 늘어난다.

이때 술도가는 원동의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또 민속주 명인을 양성할 '고천전문대' 도 2001년 원동에 터를 잡을 것이다.

술도가.술박물관.술학교를 갖추게 될 원동. '우리 술은 좋은 술이여' 를 짜임새 있게 실감하게 될 술익는 마을이다.

송명석 기자

[이강주는…]

▶특징 = 술 색깔이 연한 노란색. 은은한 계피향이 입안에 감돌며 꿀등이 들어가 첫잔의 거부감이 없다.

알콜 도수는 소주와 같은 25도.

▶재료.효능 = 백미등을 재료로 한 소주를 만든다.

이 소주에 율금.배.생강.계피.꿀등을 첨가한 다음 이를 숙성, 여과시키면 이강주가 만들어진다.

보관기간이 1년 이상이며 피로회복에 좋은 술로 알려져 있다.

▶가격.문의 = 1만2천 (4백㎖)~7만9천원 (3천㎖) .서울 네곳등 전국에 10여곳의 대리점을 두고 있다.

명주 이강주 (0652 - 212 - 57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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