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너무 깨끗하면 EQ 발달 저해…'난장판' 만드는 어린아이 보기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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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갓 태어난 아기가 평화롭게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뿌듯해하던 것도 잠시.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6~7개월 무렵부터 엄마들은 매일매일 '전쟁' 을 치러야한다.

싱크대를 열어 유리그릇을 깨뜨리고, 벽지위엔 립스틱으로 그림을 그리고, 두루말이 휴지를 방안 가득 풀어헤쳐놓는 위험천만한 (?

) 아기들. 흉한 집안꼴이 보기싫어 온종일 치워대는 것도 힘들지만 자칫 아기가 다치지않을까 초보 엄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아기는 물건을 어지르며 갖고노는 과정에서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며 무조건 아무 것도 못만지게 하거나 집안을 허허벌판처럼 치워놓는 건 EQ발달을 위해 바람직하지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영교수 (중대 유아교육과) 는 "일단 무엇이 아기에게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필요하다" 고 조언. 칼.유리.무거운 책등 집안에 있는 물건들중 위험한 것들은 모조리 아기 손이 닿지않는 높은 곳에 보관하되, 그렇지않은 것은 오히려 아기가 마음껏 갖고놀도록 배려하라는 것이다.

22개월배기 아들을 둔 주부 최현수씨 (29.서울송파구잠실3동) 는 식용유.설탕.깨등 조미료는 흔히 두는 가스렌지 아래쪽이 아니라 반드시 머리 윗쪽 싱크대에 둔다.

대신 싱크대 아랫칸은 아이들의 '놀이터' 나 다름없으므로 플라스틱 반찬통이나 솥단지.솥뚜껑등을 놓아 아이가 아예 소꼽놀이를 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부엌외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 '사고' 를 유발하는 것들은 가지가지. 주부 조은경씨 (34.서울강남구개포동) 는 "벽지에 낙서하는 걸 막으려면 큼직한 모조지 한장을 벽면에 붙인 뒤 크레파스까지 끈으로 달아놓으라" 고 귀띔한다.

이때 끈길이는 종이밖으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해야한다고. 또 낙서하기좋은 가죽 소파도 평소 무명천으로 커버를 씌워두었다가 손님 올때만 벗겨놓도록 한다.

자주 쓰는 화장품들은 바구니나 상자에 담아두었다가 사용한 뒤엔 높은 곳에 올려두고, 화장대 위엔 대신 다 써버린 화장품 샘플통들을 늘어놓아 갖고 놀수 있도록 하라는게 조씨의 충고. 한편 집안을 어지럽히는 문제에도 대범하게 (?)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치우느라 아기에게 짜증을 내기보단 아침.저녁으로 정해진 때에만 치우고 나머지 시간동안은 맘편하게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얘기. 이교수는 "돌무렵까진 엄마가 모두 치워줘야하지만 2~3살땐 한가지쯤, 4살땐 두세가지쯤을 아기 스스로 정리하도록 도와주고, 유치원에 들어간 후엔 자기가 어지른 모든 것을 치우도록 기본생활습관을 들여주도록 하라" 고 말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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