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지자체 체납세금 걷기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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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장기적인 불황으로 지방세 체납이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체납액이 세수 총액의 10%선을 넘어서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지자체의 재정 운용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각 지자체의 지방세 체납 현황과 '징수 전쟁' 현장을 점검한다.

충북청주시에 사는 金상현 (41.흥덕구사창동) 씨는 최근 사직1동 청주체육관 앞 광장에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세워뒀다가 귀가길에 번호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앞유리창에는 '자동차세 체납으로 번호판을 영치했다' 는 흥덕구청의 안내쪽지만 덜렁 붙어 있었다.

金씨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요즘 이같은 '체납세 징수전쟁' 으로 통상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11월말 현재 주요 지자체들의 체납액을 보면 부산시가 전년도 이월분 1천2백44억원을 포함, 1천7백96억원으로 징수목표 대비 체납비율 전국 1위 (12.3%) 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강원도가 4백13억8천6백만원으로 총세수의 11%에 달했고 그 밖에 충남 (2백68억원, 10.4%).울산 (4백90억원, 10.8%) 등이 10%선을 넘어섰다.

또 대전시가 4백58억원 (9.3%).대구시 8백52억원 (8.3%).제주도 1백50억원 (7.6%).경북 2백34억원 (6.8%).전남 2백28억원 (6.1%) 등으로 지자체 재정 압박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세목별로는 취득세.주민세 체납이 주종을 이룬다.

취득세의 경우 부산 (5백23억원).광주 (1백18억원).전북 (45억원) 등이 높은 편으로 체납총액의 30~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민세는 부산 (5백29억원).광주 (70억원).대구 (2백49억원) 등의 순으로 역시 20~30%대를 점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추세에 따라 자동차세 체납도 부산. 광주.전북.대구 등지에서 적게는 30억여원, 많게는 3백60억여원까지 만만치 않다.

이밖에 경북도내 시.군의 경우 종합토지세 체납이 무려 1백3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도로 인한 체납이 늘고, 이같은 체납은 세수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부산시의 경우 부도도산 체납액은 5백37억원으로 전체 체납액의 29.9%를 차지해 올들어 50억원을 결손처분하는등 3백39억원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고, 전남의 경우 5백만원이상의 고액체납자 4백61명중 3백46건이 회사부도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 역시 징수불가능 체납액 2백94억원중 기업부도로 인한 것이 전체의 41%인 1백22억3천만원, 광주시에서는 1백만원이상 고액 체납자의 57%가 부도난 법인체로 밝혀졌다.

지자체 입장에서 본다면 체납은 당장 예산 집행과 연관되므로 지자체마다 다양하다 못해 가혹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징수방법을 총동원, 세수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예금.급여.전화가입권 압류등은 물론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 금융권 신용불량자 등록, 여신 제한조치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자동차세 체납의 경우는 자동차 압류는 물론 번호판을 영치하는 방안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관허사업 참여를 봉쇄하거나 고질체납자는 형사고발까지 하는등 초강경 조치들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와 광주시가 최근 직장인 체납자 각각 1천2백6명 (19억원) , 2백40명 (3억2천만원) 의 급료를 압류한 것을 비롯해 경북.강원도는 30만원 이상 체납자의 급여압류를 예고했다.

또 경북도가 2백2명을 금융거래 신용불량자로 등록한 것을 비롯, 부산시 7백75명.대구시 4백20명.제주시 1백명.원주시 18명에 대해 카드발급제한.대출금지등 금융거래를 담보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밖에 대구시가 상습체납자 99명을 형사고발하는등 광주시.제주도등이 체납자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했고 북제주군은 체납액이 5백만원을 넘는 고질체납자 9명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까지 요청했다.

실제 이같은 강제 징수방안들은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가 올해 체납자 2만1천명의 봉급을 압류, 22억9천만원의 세금을 거둔 것을 비롯해 전북 15억원, 제주시 11억7천만원, 충남도 7억원, 대구시가 6억5천만원을 확보했고 광주는 봉급압류예고서를 발송하는 것만으로 12억7천만원의 징수 실적을 거뒀다.

또 충북은 4백90건의 압류재산을 성업공사에 공매의뢰, 63억9천만원을 징수했다.

대전.전북.청주시는 관허사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5억~30여억원을 징수한 대표적인 케이스. 충남도는 신용불량거래자 등록으로 압력을 가해 1억원, 청주는 여신규제 방법을 동원해 12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울산시청 관계자는 "강력한 체납 해소시책이 일부 민원인들로부터 가혹하다는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면서 부도업체를 제외한 일반납세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 전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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