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진 경제 되살리자…세 후보에게 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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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주로 리더십 위기에서 비롯했다.

지금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권력누수와 신뢰상실로 말미암아 기능이 정지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에 빠져있고 과도기적인 리더십도 혼미상태다.

이제 얼마후 세 후보중의 한 사람이 새로운 리더가 돼 정부를 구성할텐데 취임할 때까지의 공백이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세 후보는 지금부터 스스로가 대통령이 됐다는 책임감을 갖고 난국타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이제까지는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국민의 인내와 희생을 겸허하게 요구하기보다는 표를 의식한 장밋빛 그림만을 보여주었다.

단언하건대 이는 유권자의 높아진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낡은 선거캠페인이다.

국민은 그런 겉치레 공약을 믿지도 않고 속지도 않을 것이다.

세 후보는 2차대전의 비상시국을 맞아 영국의 처칠 총리가 국민에게 '피와 땀과 눈물' 을 요구한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지금 같은 비상한 상황의 리더가 되려면 그같은 고통분담과 희생을 요구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늘 저녁 첫 공식 TV 토론회에 임하는 세 후보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금융실명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우리의 견해는 금융실명은 지향하되 당장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한시적 시행의 유보를 포함한 대폭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세 후보는 각각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어떤 형태로 시행에 옮길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누적적으로 경제체질을 약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의 하나인 고임금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요구조건은 차치하고 우리 스스로가 새롭게 경제활력을 회복하자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가장 (家長) 1인이 실직하면 가족의 생계가 힘들고 사회보장체계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인력을 대폭 줄이면 사회가 그 충격을 감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대안으로 향후 3~5년간 임금을 동결해 실질임금을 감축하는 노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세 후보는 임금을 정상적으로 올리되 사람을 대폭 줄이는 방안과, 임금을 깎고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 정도로 실업을 유지하는 방안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일자리를 몇백만명 늘리겠다든지 혹은 실업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무슨 방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무슨 돈으로 기금을 만들는지 밝혀야 한다.

셋째, 정리해고제의 조기도입에 관한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 기업은 한시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고용조정의 경직성이 중요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넷째,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지배 및 경영구조 확립 문제에 관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

즉 모호한 표현으로 은행에 주인이 없어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될 것이다.

소유주체를 분명히 하고 건전성 감독을 통해 특정기업의 사금고화하는 부작용을 차단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비대한 공무원조직을 어떻게 줄일지 현실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너무 공룡화돼 있고 현사태에도 큰 책임이 있는 재정경제원의 개편을 포함해서 서비스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조직개편의 청사진이 나와야 할 것이다.

과감한 부처 통폐합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밝혀야 한다.

후보들은 이상과 같은 당면과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우리는 오늘 저녁 TV토론회에서부터 분명한 대답을 제시하는지 국민과 함께 예의주시할 것이다.

국민인기에 연연하고 눈치나 보는 무능한 지도자는 이제 더 이상 필요없다.

유권자에게 우리의 어려운 경제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희생과 고통의 짐을 나누겠다는 용기를 보여줄 지도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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