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발투수 예고제' 고급야구 토양 다진다…정정당당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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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선발 투수예고제가 프로야구 판도를 바꾼다.

지난 27일 각팀 감독들은 프로야구 인기회생을 위한 방안으로 내년부터 선발투수예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는 과연 어떻게 프로야구 인기회복에 기여하게 될까.

▶팬들의 관심도를 높인다.

많은 영화팬들은 주인공을 보고 극장을 찾는다.

'투수놀음' 이라는 야구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투수. 이제부터 야구팬들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알고 야구장을 찾게 됐다.

에이스끼리 맞붙는 경기는 진작부터 흥미를 유발, 관중동원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람잡이 선발, 바람잡이 타자가 사라진다.

그동안 일부 감독은 상대타선에 따라 생각지도 않았던 투수를 기용, 상대방에 혼란을 일으키며 재미를 보기도 했다.

또 자주 '바람잡이 투수' 를 선발로 기용하는 팀을 만나는 감독들은 '바람잡이 타자' 를 내세우는등 피곤한 벤치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제 선발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속임수' 는 설 자리가 없다.

올시즌 왼손타자가 많은 쌍방울과 LG전에 다섯번 선발등판한 해태 좌완 강태원같은 투수는 선발등판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벤치 싸움이 치열해진다.

'바람잡이 선발' 도 작전이라는 면에서 선발예고제가 벤치의 두뇌싸움이라는 묘미를 감소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바람잡이 투수와 타자는 엔트리의 낭비다.

요행수를 바라고 중간계투를 선발로 기용하고 이에 맞서 대타감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 넣다보니 승부처에서 대타와 투수가 모자라는 경우가 생긴다.

이제 선발예고제로 벤치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돼 감독들의 승부기질이 승패에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경기수준이 높아진다.

두 팀이 전력의 낭비없이 경기에 임하다 보니 수준이 높아진다.

강태원처럼 일부 선수들의 선발출장 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들은 보다 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

타자도 유난히 찬스에 강한 타자가 있는가 하면 찬스에 부담을 느끼는 타자들이 있다.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이는 곧 경기수준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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