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이즈 현황과 문제점…감염자 껴안기 전략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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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현재 보건복지부에 관리대상으로 등록된 에이즈감염자 수는 7백12명. 85년 국내에서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이래 12년이 지났지만 감염자를 1천명이내로 묶어놓은 상태임을 감안할 때 일단 외형적으론 합격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익명의 감염자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복지부의 추산은 관리대상 감염자의 3~5배.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 를 비롯한 국내외 학계는 최소 10배 이상의 감염자가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에이즈를 필요이상 부끄러운 천형 (天刑) 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 스스로 감염자임을 밝히는 것은 생물학적 죽음에 앞서 사회적 매장을 의미하므로 감염자는 자꾸 안으로 숨어들기 마련이라는 것. 감염자를 범인시하여 당근대신 채찍만 강요하는 현행 에이즈관련 제도도 이를 부추킨다.

에이즈는 현재 2종 전염병으로 지정돼 의사는 발견 즉시 신고해야하며 감염자는 성교등을 통한 고의 전파시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등 에이즈예방법이 지나치게 처벌위주로 되어있다.

스스로 감염자임을 밝히는가하면 연구비 모금을 위해 가두캠페인을 벌이거나 학교수업과 직장생활등 사회생활에도 떳떳이 참여할 수 있는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에이즈 감염여부는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혈액검사를 받아 알 수 있다.

감염이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자신이 원한다면 본인 이름으로 등록해야 관리대상에 포함된다.

관리대상이 되면 AZT등 기본치료제를 무료공급받을 수 있게 되며 한달에 한번 보건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염양성자들은 에이즈를 질환의 하나로 인식하기보다 인격이나 도덕과 결부시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된 치료를 포기한채 음지에서 새로운 감염원으로 남게 된다.

게다가 1천명 이상으로 관리대상자가 늘어날 경우 현행 예산과 인력만으론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해지는 것도 문제. 따라서 감염자를 격리시키기보다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감염자껴안기' 로 에이즈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도 이같은 입장을 반영, 현재 2종전염병인 에이즈를 환자에 대한 규제가 약화되는 결핵이나 B형간염같은 3종전염병으로 격하시킬 것을 검토중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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