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으로 사채시장도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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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주하남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월리 2부5리나 3부로 사채 1억여원을 쓰고 있는 金모 (46) 씨는 요즘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이자를 5리씩 더 올려주겠다는 제의마저 전주 (錢主)가 거절한 채 빨리 모두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다른 사채를 빌려 대체하려 해도 달러이자 (1할)에 가까운 고리를 빼곤 구할 수가 없다.

금융위기및 연쇄도산 우려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외면받는 한계사업 기업주들의 마지막 돈줄인 지하자금시장마저 얼어붙어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전북익산시중앙동에서 룸살롱을 경영하는 李모 (41) 씨는 그간 3, 4부짜리 사채를 써왔으나 최근엔 5부짜리조차 통사정해야 겨우 빌릴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채 구하기가 힘들고 이자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전주와 중개상들이 시장에 돈을 내놓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빌려준 돈까지 서둘러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채중개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최근 서로 눈치만 보고 있으나 조만간 대출금 회수에 나설 움직임이고 결국 기업들이 마구 무너지면 사채는 채권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먼저 대여금을 회수하고 신규대여는 않고 있다는 것. 이른바 '큰손' 들은 금융실명제가 늦어도 새 정권출범과 함께 유보.완화될 것으로 보고 안정된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발을 빼는 경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사채중개상은 "또 돈을 가져간 사람들이 극심한 불황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로 제때 갚지 않으면서 돈이 돌지 못한 채 묶여 있다" 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기관들의 신규대출 억제로 사채시장을 찾는 사람은 급증하는 바람에 이자율이 치솟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광주의 한 상호신용금고 임원은 "호남지역 사업자들은 담보력이나 신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사채 의존도가 높은 편" 이라며 "사채시장마저 경색됨으로써 한계사업 기업주들의 생명을 더욱 단축시키고 있는 것같다" 고 밝혔다.

광주.전주 =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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