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림의 거품도 뺄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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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이엠에프 (IMF) 의 겨울' 이 다가오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모든 경제주체의 살림살이에서 거품빼기가 병행돼야 한다.

벌써 기업의 자구노력으로 대량실업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나라와 기업과 가계의 살림살이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되는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받고 있다.

희망찬 내일을 맞으려면 우리는 오늘의 이 고통을 인내로 극복해야 한다.

살림살이의 긴축은 결코 생활수준을 떨어뜨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살림살이 곳곳에 숨은 낭비와 비효율을 털어 내자는 것이다.

허풍선이처럼 살지 말고 알토란 같이 살자는 뜻이다.

'아나바다' 운동, 즉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김수환 (金壽煥) 추기경도 노력과 희생 없이는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면서 낭비추방을 호소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위기의 근인 (近因) 은 외환부족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가정은 무엇보다 외화사용을 절제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해외여행, 호화유학, 고급외제품 선호등은 당분간 우리의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푼돈의 달러화나 엔화는 외화 정기예금에 들면 이자까지 붙어 돌아온다.

다른 나라는 떵떵거리며 사는데 우리만 긴축하면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그건 큰 오해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독일 국민들은 그 기적을 이룰 때까지 전기 한 등, 기름 한 방울을 아꼈다.

경제대국 일본 국민들은 지금도 좁은 집에서 '개미떼' 처럼 산다.

세계는 그런 독일과 일본을 우러러본다.

대신 분수 모르고 소비하는 한국은 봉으로 본다.

오늘의 경제위기가 없었더라도 합리적인 소비, 절제하는 생활은 인간본연의 도덕적 자세다.

하물며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린 오늘의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거품을 빼는 생활태도는 물가를 내리고 가정의 부를 축적시킨다.

그래서 몇 배 더 큰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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