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체질 혁신방안' 발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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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그룹은 26일 임원급여 삭감까지 포함한 경영체질 혁신방안을 발표한 것은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 이라고 표현했다.

현재의 기업 경영여건을 "건국 이래 최대의 난국" 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삼성은 사업구조.인력.조직.해외사업등 경영전반에 걸쳐 비효율의 군살을 빼는 구조개혁을 않고는 재도약이 불가능하다는 판단과 각오다.

국가경제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창업후 처음으로 임원 급여를 삭감하고 경비절감 목표비율을 무려 50%로 정한 점등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삼성그룹 비서실의 지승림 (池升林) 전무는 이에 대해 "위기상황이 심각해 종래 해오던 방식으로는 타개하기가 어렵다" 고 말했다.

삼성은 그러나 이번 발표 배경에 대해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기적으로는 21세기 지구촌 무한경쟁의 시대에 경영기회를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까지 포함됐다" 고 설명했다.

삼성은 임원 급여 삭감에 대해 "임원들이 고통분담의 최일선에서 경영난 타개를 위해 앞장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또 강도높은 경비절감을 위해 군살빼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해외출장 여비도 10%줄이기로 했다.

또 직접적인 외화 절감효과를 낼 수 있는 에너지 30% 절감운동으로 연간 1억5천만달러의 국제수지 개선효과를 내도록 했다.

제일기획.삼성SDS등 일부 계열사에서 실시중인 연봉제를 전계열사 임원과 부.차장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으나, 임원 급여가 삭감된만큼 이들의 연봉도 올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에 대해 "인적자원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호봉 개념이 파괴된 능력중시의 연봉제 도입은 개개인의 인적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노력에 따른 인력감축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비용은 최대한 줄이는 대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대규모 감원을 자제함으로써 다른 그룹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유지하고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은 또 해외부문에서도 급여체계.조직등을 전면 개편키로 했다.

삼성의 경우 이미 사업의 절반이 해외에서 이뤄지는등 앞으로 기업생존의 승부처는 해외부문이라는 점에서 한시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전략지역에 사장급등 고위임원을 전진배치하는 '컨트리매니저' 제를 도입해 해당국가에서 그룹사업을 총괄토록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이같은 방침은 한국경제의 실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자구계획을 마련중인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규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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