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환율 급변시대 “알뜰 환전 묘수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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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과 거래가 많은 중견 수출업체 S사의 K사장은 며칠전 외환거래 은행을 바꿨다.

지금까지는 가까운 A은행 지점에서 환전 (換錢) 해왔는데 근처의 B은행 지점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달러를 가져오면 A은행보다 달러당 15원을 더 주겠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K씨가 살 때는 5원 정도 싸게 팔겠다는 제의도 해왔다.

자신의 재량으로 이 정도는 가능하다고 B은행 지점장은 설명했다.

현재 S사가 취급하는 외화는 한달에 약 1백50만달러. 1달러에 10원 차이만 따져도 월 1천5백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한푼이 아쉬운 판에 '이게 어디냐' 싶어 바로 거래은행을 옮겼다는 것. K사장은 "다행히 A은행에 부채가 없어 쉽게 거래처를 바꿀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은행빚이 많은 주변의 다른 기업은 마음대로 바꾸지도 못해 속만 끓이고 있다는 것. 환율 급등시대를 맞아 기업 일선에서 '환차손 줄이기 백태 (百態)' 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은행의 환전수수료가 ±1. 5%에서 ±3%로 커지고 하루 환율변동폭이 ±2. 2%에서 ±10%로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환율조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간.지점간 수수료가 조금씩 차이나기 때문에 '어느 곳을 택하느냐' 에 따라 적잖은 돈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팔 때도 마찬가지다.

한 스포츠용품 수입업자는 "종전엔 환율차가 적어 조금 손해보면서도 단골은행과의 거래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단돈 1원까지도 따진다" 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은행등 일부 시중은행은 환전수수료 (달러당 30원 수준) 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달러화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26일 종전과 다름없이 달러화 매도.매입률을 적용하던 한 외국계 은행에서는 고객이 "2만달러를 바꾼 금액이 S.K은행과 비교해 무려 5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고 창구 직원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차손으로 고전하는 항공사도 환율 맞추기에 고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2일부터 국제선 기내 면세품을 원화로 사는 승객에게 적용하는 환율을 달러당 1천1백90원으로 올렸다.

이달 12일 적용환율을고객이 "2만달러를 바꾼 금액이 S.K은행과 비교해 무려 5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고 창구 직원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차손으로 고전하는 항공사도 환율 맞추기에 고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2일부터 국제선 기내 면세품을 원화로 사는 승객에 적용하는 환율을 달러당 1천1백90원으로 올렸다.

이달 12일 적용환율을 달러당 9백60원에서 1천5원으로 올린데 이어 불과 열흘만에 다시 대폭 인상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에서 월 20만달러 정도 팔리는데 환율 급등으로 지난달에만 1천만원 이상의 환차손을 봤다" 면서 "적용환율을 높힌데대해 고객들이 불평하지만 우리도 어쩔수 없다" 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승객들은 "아무리 그래도 은행권보다 달러당 30~40원 높게 받는 것은 문제 아니냐" 며 비난하고 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품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기내잡지 '모닝캄' 에 표시하는 면세품의 원화가격을 아예 없애버렸다.

아시아나항공도 현재 달러당 9백60원을 받고 있는데, 다음달 1일부터는 1천1백40원~1천1백50원선으로 올릴 예정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환율의 급등락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의 반응이 더욱 민감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기원·홍병기·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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