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 → 1300㎞ → 2000㎞ → 3200㎞ 북 미사일 25년 만에 사거리 10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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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탄도미사일 개발 의욕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강성대국과 군사노선에 따라 탄도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래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에 주력했다. 북한이 처음 개발한 스커드 B의 사거리는 340㎞였지만 대포동 2호는 6700㎞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런던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V2로켓이다. 옛 소련은 독일이 패전하자 로켓 기술자를 데리고 가서 스커드 B를 개발했다. 북한은 이 스커드 B를 1981년 이집트로부터 도입했다.  북한이 스커드 B 미사일을 완전히 개발한 것은 이집트에서 가져온 지 3년 만인 84년이었다. 북한은 스커드 B 개발에 성공하자 이집트에 생산공장을 짓는 데 지원해 줬다. 또 86∼87년 사이에 생산해 개발비를 지원해 준 이란에 100발 이상 먼저 제공했다. 이 미사일은 88년 이란과 이라크의 도시전쟁에 사용됐다. 북한군에는 87년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스커드 B에 만족하지 않았다. 스커드 B의 사거리를 더욱 늘려 스커드 C를 만들었다. 스커드 C는 550㎞까지 날아간다.

스커드 B의 사거리 연장에 한계를 느낀 북한은 88∼89년 사이 노동 1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일본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가 목표였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지원할 미군의 증원을 막기 위한 용도였다. 사거리 1300㎞인 노동 1호 미사일은 스커드 B의 로켓 엔진 4개를 묶어 만들었다. 북한은 노동 1호의 사거리가 길다 보니 발사 및 비행 실험을 북한 내에선 실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란의 사막에서 노동 1호를 실험했다. 이란에서 노동 1호 실험을 마친 북한은 드디어 93년 5월 29일 함경북도 화대군 대포동에서 이동발사대를 이용해 동해로 발사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동북아시아 지역을 사정권에 넣는 탄도미사일을 확보한 북한은 더욱 욕심이 생겼다. 미군의 핵심 기지가 있는 괌을 공략할 무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90년대 초부터 대포동 1·2호를 동시에 개발했다. 대포동 1호 미사일은 노동 1호 미사일을 1단 로켓으로, 스커드 B를 2단 로켓으로 사용했다. 1단 위에 2단이, 그 위에는 탄두가 장착된다. 북한은 대포동 1호를 98년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의 발사로 북한은 미국과 미사일 협상을 벌였다.

대포동 2호는 미 본토까지 닿는 게 목표다. 북한은 대포동 2호를 만들기 위해 중국의 CSS-3 미사일을 1단 로켓으로, 노동 1호를 2단 로켓으로 결합했다. 그러나 대포동 1·2호는 사거리가 너무 길어 미사일로 의심될 수 있어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대포동 2호의 발사 실험은 완전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선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사거리는 길어져 미사일 분야에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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