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에 취업 미끼 155명에 37억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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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대기업 택배업체에 취직시켜준다며 구직자들에게 중고 화물차를 시중 가격보다 비싼 값에 팔아넘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화물운송업체 D사 대표 박모(38)씨를 구속하고 노모(3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또 1인당 300만원을 받고 이들에게 구직자를 알선해 준 무등록 취업정보업체 대표 김모(41)씨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06년 6월부터 2년간 모집한 구직자 155명에게 대당 시중 가격이 200만원가량인 중고 화물차를 2000만원에 팔아 총 37억원대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구직자들에게 사금융업체를 소개해주고 차량 구매대금을 대출받도록 한 뒤 원금과 이자를 할부로 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판매한 차량을 운송업체 명의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취업자들은 일을 그만둔 다음에도 차를 팔지 못한 채 할부금 등을 계속 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박씨 등은 ‘대기업 배송 사원 모집’ 광고를 낸 뒤 실제로는 구직자들을 택배회사 등에 임시직으로 취업시켰다”고 말했다. 또 월수입 200만원 이상을 보장한다는 광고 내용과 달리 취업자들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 번 돈은 월 70여만원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직자가 몰렸으나 실제로 차량 할부금, 대출 이자, 차량 유지비 등을 빼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취업난에 시달리던 20대 사회 초년병”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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