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보청기 무료보급 '숨은 일꾼상' 탄 홍영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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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리의 고마움은 안들리는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홍영희 (洪英憙.49) 씨는 자신이 양쪽귀가 잘 안들리는 2급 청각장애자라 장애자들의 애환을 더욱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퇴직금으로 차린 보청기 가게보다 불우한 이웃들에게 무료로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주는 일이 본업처럼 돼버렸다.

21년간의 공무원생활을 뒤로하고 지난해 2월 보청기 판매점을 연 洪씨는 장애인의 날 우연한 기회에 청각장애인을 돕게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양평 장애인수용시설 은혜의 집 원장이 곧 결혼할 장애인 총각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기증해달라고 부탁한 것. 이렇게 시작된 보청기 기증사업은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洪씨를 찾은 3백17명이 보청기를 받고 청력을 되찾았다.

洪씨는 주말엔 직접 청각검사장비와 보청기를 가지고 지방의 수용시설로 '소리 찾아주기' 여행을 떠난다.

도움받은 사람들은 식당설거지를 하던 청각 장애인, 막노동일꾼, 취로사업에 종사하는 노인등 청각장애가 생계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던 불우이웃들. 洪씨는 "소문을 듣고 연락온 장애자들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거절할 수 없어 기증사업을 계속하게 됐다" 고 말했다.

보청기 기증사업에 든 비용 7천여만원중 3천여만원은 아직 갚지못한 상태. 洪씨는 "개인의 힘으로 혼자 감당하기는 벅차지만 후원자를 모집, 평생동안 청각장애인들을 계속 돕고 싶다" 고 말했다.

洪씨는 25일 서울시로부터 '생활현장의 숨은일꾼' 상을 수상했다. 745 - 0119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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