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캠퍼스 라이딩'

중앙일보

입력

학내 자전거 거치대에 스쿠터가 더 많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는 자전거 보관대를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전거 이용률은 높지 않다. 텅텅 빈 자전거 보관대가 있는가 하면, 보관대에 자전거보다 스쿠터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캠퍼스 라이더'가 되기 어려운 이유를 찾아봤다.

■사랑스런 자전거님,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요

안장이 사라진 자전거


대학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분실'은 자전거 이용을 제약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학교마다 보관대가 있지만 자전거를 '보관'만 해줄 뿐 자전거의 '보안'은 책임지지는 않는다.
김동주(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05학번)씨는 "자전거를 타고 오면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수업에 들어오면 불안하고 집중도 안 될 것 같다”며 "일단 잃어버리면 찾을 길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찾아줄 리도 없고, 그냥 학교에 안타고 오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캠퍼스 내에서 자전거를 분실할 경우 학내 분실물센터에 신고하는 일 외 취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더 안전한 자물쇠를 채우는 일이 분실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포기할 수 없다, 플레어스커트․ 뾰족구두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여학생, 하이힐 신은 모습


스타일을 신경 쓰는 패션 리더들에게 자전거는 먼 나라 이야기다. 특히 하늘거리는 플레어스커트를 즐겨 입거나 하이힐에 목숨을 건다면 자전거는 더욱 눈에 들어오기 어렵다.
강민아(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05학번)씨는 "스쿠터 는 치마를 입거나, 힐을 신어도 편하게 탈 수 있지만 자전거는 옷차림에 따라서 제약을 많이 받잖아요. 큰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자전거를 타긴 어렵죠"
치마를 입을 경우 페달을 밟아야 하는 자전거의 속성상 이용하기 쉽지 않다. 스쿠터처럼 수납공간이 넓지도 않아 여벌의 옷을 들고 다니며 갈아입는 것도 번거롭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여대 내에서는 자전거를 찾기조차 어렵다.
송혜림(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05학번)씨 역시 "여자들이 남자보다 옷차림에 제약이 많잖아요. 보관 문제도 있지만 일단 자전거를 타려면 구두는 못 신으니 더 어려운 게 사실이죠"

■무자비한 도로, 가파른 언덕

이대 캠퍼스 언덕


캠퍼스 안에서 자전거 이용이 어려운 것은 분실이나 패션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유진(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05학번)씨는 "신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지만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건 꿈도 못 꾼다”며 “차 다닐 도로도 부족한데 그 틈에 자전거를 탄다니요"라고 반문한다.
사람과 차로 붐비는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위험이 뒤따른다. 어렵게 학교에 도착해도 문제가 끝나진 않는다. 캠퍼스 내 언덕이라도 있거나 산허리에 위치한 학교라면 상황은 심각한다. 걷기도 힘든 캠퍼스를 자전거로 오르긴 더욱 어렵다. 강씨는 "학교에 언덕이 사라지고 자전거도로가 생기기 전까진 자전거 이용은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외진 곳에 위치한 학교라면 '캠퍼스 라이eld'는 상상일 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학교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과 양세웅(04학번)씨는 "학교 특성상 활주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가 멀리 있습니다. 버스를 타도 꽤 먼 거리인데 자전거를 이용하기 어렵죠. 그러다보니 캠퍼스 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학생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글·사진/송은하 인턴기자 scall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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