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감정싸움재연…"증시폐쇄한다 소문" "근거대라"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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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특유의 '독설 (毒舌)' 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간 해묵은 감정싸움에 다시 불을 질러 화제다.

가뜩이나 외화난등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말레이시아엔 엎친데 덮친 격인 셈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20일 "말레이시아의 금융시장에서 '정부가 주가폭락을 이유로 증시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 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고 소개하면서 "이는 싱가포르에서 흘러나온 것" 이라며 싱가포르를 걸고 넘어졌다.

마하티르는 이어 "싱가포르로부터 우리는 최소한 하루 세가지 루머를 접하고 있으나 선량한 말레이시아 국민은 결코 소문을 퍼뜨리지 않는다" 고 비아냥댔다.

옹 카 팅 말레이시아 내무차관은 한술 더떠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는 세력은 경제 파괴에 관한 법률로 엄중 처벌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싱가포르 정부는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마하티르가 발언의 근거를 얼버무리는 것을 겨냥해 "정확한 근거를 대라" 고 주장하면서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할 움직임마저 보였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강도가 설치는 지저분한 곳" 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리콴유 (李光耀) 전 싱가포르총리의 설화 (舌禍) 사건이 거꾸로 재현된 셈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친정부 신문인 선데이 타임스도 '마하티르 박사여, 우리를 희생제물로 삼지마오' 란 제목의 머릿기사를 통해 "경제를 망친 마하티르는 싱가포르에 대한 열등감을 버려라" 고 충고하기도 했다.

콸라룸푸르의 주가지수는 지난 2월 이래 절반이하로 떨어진데 이어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기트화가 7월 이후 달러당 40%나 폭락하자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부 은행들의 경영상태가 엉망이며 주식시장이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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