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미이치증권 폐업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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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4대 증권사의 하나인 야마이치 (山一) 증권이 경영난으로 파산, 대장성에 폐업신청을 했다.

형식이야 자진폐업이지만 사전에 대장성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도저히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뒤 내린 결정일 것이다.

야마이치의 파산이 우리에게 놀랍게 보이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금융기관이 별 마찰없이 도산된다는 점이다.

야마이치의 고객예탁자산은 9월말 현재 24조엔, 연결부채가 총 6조7천억엔 (약 54조6천억원) 으로 발표됐다.

아주 엄격한 미국 기준으로 본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총부실채권보다 큰 규모다.

둘째는 이번 파산이 속도는 늦지만 꾸준히 진행되는 일본식 금융개혁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금융개혁은 영국식 빅뱅이라기보다 미니뱅에 가까운데도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증권회사의 주수입원인 수수료가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마이치의 파산은 경쟁구도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한 공룡의 전철을 밟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야마이치의 파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첫째, 금융기관의 경영주체가 분명해 잘못된 경영의 책임을 질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아무리 규모가 커도 재생 기미가 없으면 가차없이 퇴출된다는 점이다.

셋째, 감독기능에 관한한 원칙이 분명해야 하고 결정은 신속히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대장성이 폐업결정을 접수하면서 재빨리 고객 자산의 보호를 위해 일본은행을 통해 무담보특융을 무제한 풀기로 한 것은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더 이상 패닉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한 위기관리능력을 본받을 만하다.

바야흐로 금융산업이 경쟁과 위험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시대를 맞아 이제 살길은 구조조정을 신속히 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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